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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희칼럼] 언론은 ‘인수 대상’이 아니다

대통령직인수위 공약 뒷전 대체입법은 구시대적 발상
정부는 언론통제 권리없어 여론다양성 민주사회 필수

 

정권이 바뀌면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그런 변화를 생산하는 기관이다. 물론 변화를 주도하는 당사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다. 이 당선인의 정치철학은 ‘실용적 보수주의’로 알려져 있다. 보수는 보수인데 꼴통보수는 아니란 뜻이다. 그런데 인수위가 하는 일을 보면 이 당선인의 선거 공약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게 된다. 인수위는 제4부인 언론마저 ‘인수’를 작심한 모양이다. 언론에게는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왔다.

우리 사회에 언론자유가 정착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년 남짓이다. 1987년 당시의 집권당인 민주정의당 노태우 대표는 ‘6·29 선언’을 통해 그동안 언론 통제 무기였던 언론기본법의 폐지를 공약하면서 “정부는 언론을 장악할 수도 없고 장악하려고 시도해서도 안 된다. 언론을 심판할 수 있는 것은 독립된 사법부와 국민뿐”이라고 선언했다. 무인 노태우도 언론자유를 이렇게 국민에게 되돌려 줬다.

그런데 인수위는 현행 신문법을 폐지하고 대체입법을 하겠다는 것이다. 대체입법에 관한 인수위측의 의견은 신문발전위원회와 신문유통원 등 지원 기관을 통합하고 여기에 신문의 지상파 방송사 등에 대한 소유 지분을 20% 범위로 묶어 방송 겸영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즉 족벌신문에 방송사 지배권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신문법 가운데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조항 등 위헌 결정이 난 조항을 정비하는 틈에 언론 환경을 싹 바꿔보자는 것이다.

신문발전위원회(이하 신발위)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그리고 신문유통원은 거대한 족벌언론의 물량공세로 고사 직전에 놓인 마이너신문과 지역 언론을 지원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신문법이 도입한 기관들이다. 신발위 장행훈 위원장은 최근 인수위의 통폐합 방침과 관련, “신발위 창립에 반대한 조중동이 언론자유를 침해한다며 신문법을 없애야 한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헌법재판소는 일부 항목을 제외하고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며 “18대 국회가 최종 결정할 때까지 정해진 예산을 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수위의 언론정책 가운데는 MBC의 민영화 문제가 있다.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은 아니라지만 한나라당이 줄곧 제기하는 중대 사안이다. MBC는 당초 부산의 사업가 김지태씨가 설립했던 것이나 5·16장학재단 소유를 거쳐 이름만 바뀐 정수장학회로 넘어 온 상태이다. 현재 MBC의 주주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70%)와 정수장학회(30%) 두 법인. 두 개의 공익 자본에 의해 운영되는 민영방송이다. 민영화란 방문진 지분만 민간인에게 팔아 정수장학회만이 대주주가 되도록 할 것이다. 정수장학회는 박근혜 의원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인수위는 이같은 언론 정책의 변경 추진 외에도 언론사 간부들의 성향 등을 조사했다. 비록 인수위 측이 공식적으로 “한 전문위원의 개인적인 돌출 행동”이라고 사과했고, 이 당선인도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그런 사고를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질책했다. 그러나 언론의 입장에서 보자면 결코 범상한 일이 아니다. 이명박 당선인은 후보 시절 “대통령은 친한 정도에 따라 언론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고 언론과의 관계를 규정했지만 인수위 내부는 ‘참지 말고 따지자는 추세’가 강한가 보다. 어느 신문의 누가 비우호적인지를 미리 알고 싶어서 안달이다.

인수위 소속 한 전문위원이 작성한 ‘성향조사 보고문건’에는 작성 대상자의 ‘생년(출생지)’ ‘성향’ ‘최근 활동’ 등의 항목이 있다. 그리고 작성 대상자는 언론사 사장단, 편집국장, 정치부장, 문화부장 등이다. 정부 각 부처는 이 지시에 따라 이미 조사 결과를 보고했을 것 같다. 이 정도의 조사라면 이 당선자가 말하는 ‘친한 정도’는 죄다 파악되었을 것이다. 언론을 ‘인수’할 생각이 없었다면 이같은 조사는 애초에 필요 없는 일이었다. 이런 작태는 구시대로의 회귀일 뿐이다.

언론인에게 때 아닌 겨울이 오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인수위의 언론관은 집권자가 바뀌었으니 언론이 추위를 타라는 모양이다. 시인 양성우는 ‘겨울共和國’에서 이렇게 읊었다. “총과 칼로 사납게 윽박지르고/ 논과 밭에 자라나는 우리들의 뜻을/ 군화발로 지근지근 짓밟아대고/ 밟아대며 조상들을 비웃어 대는/ 지금은 겨울인가 한밤중인가.” 이 시는 1970년대 사회를 묘사한 것이다. 누구도 겨울공화국을 원하지 않는다. 이명박 시대가 겨울공화국이 될 수는 없다. 민주정부치고 언론을 ‘인수 대상’으로 본 역사는 없다. 진정한 보수는 민주사회의 필수조건인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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