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赦免)은 형사적 절차에 의하지 않고 형선고의 효과, 공소권의 소멸 또는 형집행의 면제권 등을 가지는 국가원수의 특권이다. 광의의 사면은 이같은 개념에 감형과 복권도 포함한다. 이제 참여정부의 생명도 얼마 남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을 넘기는 지난 1월 1일부로 75명의 정치인, 경제인, 고위공무원 등의 특별 사면을 단행했다.
이번 특별사면은 정권 말에 행해진 데다 여권과 가까운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사면권의 남용을 막기 위해 개정된 사면법이 올 3월부터 효력이 발생하는데 그 틈새를 이용해 사면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법개정 정신이 훼손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발표를 보고 많은 국민들은 기쁨보다는 허무함을 느끼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사면이 이처럼 세간의 관심을 불러 모으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자신의 정치적 보은의 사면을 준 것이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집권에 도움을 줬던 이들을 이번에도 포함시켜 그동안 자신 집권 후 벌어진 일련의 사건 당사자들을 모두 자유롭게 했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 국민들 정서와는 확연히 다른 것을 망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누구든지 권력과 일정 부분 선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논리를 제공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번 사면 대상자들만 보더라도 정권에 빌붙어 살던 자들이기에 사면이 영광된 훈장처럼 자랑스러워지고 경제를 망가트리고 영어(囹圄)의 몸에서 하루 아침에 사면이 되고나서는 또 다시 재계의 거장으로 우뚝 설 것은 뻔 한 일이다. 그러나 생계형 범법자들이 보기에는 이런 모습을 보고 우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서민들은 이를 보고 사면권의 남용이라는 생각이다. 가을철 타작하다 반주 한잔이 문제되고 또는 대리운전비가 없어서 면허취소 내지는 정지, 벌금 등의 형을 받고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국민이 아직도 부지기수다. 있는 자, 권력과 통하는 자들은 절대 이 범주에 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음주 사고자나 두 번 실수한 자의 사면을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먼저 밝힌다. 또한 사면자 대다수는 고통을 감내했기에 두 번의 실수는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은근히 기회만을 노리는 얌체족도 있겠지만 보은용 사면권의 남용보다 국민 개개인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즉 대의 정치를 해야만 성군으로 칭송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한 것은 아닐까 한다. 기왕지사 하류정치로 서민의 등을 굽게 했으면 허리를 바로 펼 수 있는 약이 필요한 것이지 지팡이가 필요한 것은 결코 아니다.
전직 대통령들은 생계형 서민들을 위한 사면을 했었다. 그때 그들 전직 대통령들이 정치적 판단에서 그러한 조치를 했다고 볼 수는 없다. 모두가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고 한다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면은 그야말로 보은의 사면이자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기에 다시 한 번 사면권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노 대통령은 취임전에 사면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보였으나 막상 그 자리에 있어보면 달라진다는 진리를 망각했던 것 같다.
최근 경남 김해시는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에 살 봉하마을의 생가를 복원하고 일대를 공원화하는 관광지 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가 안 될 만큼 큰 사저도 모자라 국민 세금을 들여 일대를 관광지로 만들려는 발상이 아무래도 지나쳐 보인다.
12억을 들여 꾸미고 있는 노 대통령 사저는 대지 4천290㎡(1천297평)에 측근들이 사들인 땅까지 합치면 총 3만5천279㎡(1만671평)가 된다고 한다. 조성 비용도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원되는 국고 등의 여러 가지 국민의 세금이 들어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벌금을 못내 일 5만원에 사역장에서 일하고 있을 서민들이 과연 이같은 소식을 과연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지 자못 궁금하다. 그렇기에 끝까지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절망과 실망을 주고 있는 집권 세력들이 향후 정권이 끝나면 무엇으로 자신들의 치부를 변명할지 궁금증이 커진다.
행여 마지막 가시는길 서민들의 희망을 위해 왕거니 하나 던져주실런가 하고 오늘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