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학이 위기라는 말이 나돈 지는 오래다. 인문학은 문학, 역사, 철학을 말하는데 이들 ‘문·사·철’로는 밥 먹기 힘들다는 말이다. 돈벌이가 최고의 가치인 사회에서는 그럴 법하다. ‘부자 되세요’라는 인사말이 유행어가 된 세상에서 돈벌이와는 별로 관계없는 그런 학문을 한다는 것은 좀 한가한 일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군에도 인문학 전공자는 거의 없다. 변호사나 기업인 출신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변호사 출신이다. 가세가 빈한해 상업학교만을 거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판사 생활을 잠시 하다가 그만 두고 변호사 개업을 했다. 돈도 꽤 벌었다. 그는 정치에 입문해서 국회의원도 지냈다. 영남인인 그는 호남인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되는 행운을 얻었다. 법률가인 그는 매사를 법률적으로 판단하고 발언한다. 그의 말엔 철학이 담겨 있지 않다. 대통령이 된 이후 그의 발언은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했다. 더구나 누구의 충고도 듣지 않았다. 마침내 지지자들은 그를 외면했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노 대통령이 청구한 한 가지 헌법 소원을 기각했다. 그가 임명한 중앙선거관리위원들이 임기 말의 대통령에게 망신을 준 셈이다. 그는 지난해 6월 ‘참여정부평가포럼’에서의 연설을 통해 한나라당 대선 예비 후보들을 비난했는데 이 발언에 대해 중앙선관위가 ‘선거중립 의무준수’를 위반했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자 이 발언을 놓고 선관위와 법적으로 맞장을 뜨고 싶었다.
법을 좋아하는 그였지만 헌재에서 패배한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 야당 후보에 대해 논평한 정도를 법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대통령이기 때문에 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해야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믿고 헌법재판소에 공직선거법의 관련 조항에 대한 위헌 심판을 청구했었다. 중앙선관위 전원 재판부는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9조 제1항은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아 합헌이다. 대통령은 정치인이지만 선거 중립의무가 우선돼야 한다”며 노 대통령의 위헌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대통령도 선거법을 지키라는 뜻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CEO출신이다. 한국 사회를 기업 경영하듯이 끌고 갈 위험성이 높아 보인다. 그는 시대적 화두인 경제 살리기의 적임자임을 자처하며 선거에서 승리했다. 정부 조직 개편에서도 ‘실용’을 내세우고 있다. 민족의 지상과제인 통일업무를 담당하는 통일원을 폐지하고 그 임무를 외교통상부로 흡수해버렸다. 여성부가 그렇고 과학기술부의 폐지가 그렇다. 그에게는 인간보다는 능률이 더 커 보이는 것 같다.
삼성그룹은 지금 특검의 수사 대상이다. 삼성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경제 권력이다. 그런 권력이 무소불위로 비자금을 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아마 경영권 후계 문제를 무리 없이 추진하려다 오히려 지나친 무리수를 쓴 데서 오는 부작용일 것이다. 기업에서 인문학적 가치란 말은 통하지 않는다. 이익을 내지 않으면 존립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란 거의 경영학, 법학 또는 과학기술을 전공한 사람이지 인문학 전공자가 아니다. 삼성의 임원 가운데 인문학 전공자가 잘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한국의 대형 교회는 이제 큰 정치권력이다. 지난 대선 때는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더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무종교인이라서 교회의 이익과 충돌한다며 늘 불만을 가져왔다. 이런 인식이 교회 장로인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게 된 동기일 것이다. 인문학적 소양을 가장 높이 사는 목회자들이 역으로 반 인문학적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성공한 많은 목사들은 ‘인간이 되라’를 설교하기 보다는 ‘성령에 충실해라’며 기복신앙을 강조한다.
그래서 많은 신도와 헌금을 모은다. 이미 우리 사회는 이렇듯 출세와 성공만이 인생의 목적으로 정착된 듯하다. 그러니 새 정부가 ‘쓸 만한 인재’를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흠집투성이 인재만 너무 많다. 성공하는데 인문학은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인문학이 냉대 받는 사회는 선진국이 되기 어렵다. 위기에 처한 인문학을 부활시킬 시대가 온 것이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까지 3대째 상고 출신 대통령이다. 상고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늘 인문학적 소양 부족이 문제였다. 무인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철학자인 서울대 박종홍 교수를 대통령 특보로 임명한 일이 있다. 세속적인 성공의 길을 걸어온 이명박 당선인이 이 점을 교훈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