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마공원 안병기(42) 기수는 요즘 마음이 착잡하다. 오랜 세월 활동한 기수생활을 접고 오는 7월부터 조교사로 데뷔하기 때문이다. 기대 반 우려 반에다 24년간 내쳐 달려왔던 기수란 직업을 벗는데 따른 서운함까지 겹쳐 때론 잠 못 드는 밤도 있다.
지난 1984년 4월 기수 10기로 경주로에 데뷔한 안 기수는 통산 5,444전 764승, 2착 644회, 승률 14%, 복승률 25.9%로 기수 통산 성적 3위를 기록, 성공적인 삶을 살아왔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처럼 화려한 경마기수 성적은 조교사로 데뷔하는 그에게 큰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시절에 비해 졸장이란 소리를 들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은 부담감으로 다가선다. “경주로의 총감독이란 조교사의 위치에 서는 일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아 보여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는 말은 요즘 심정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틈틈이 마방 운영을 배우는 중이라는 그는 “예전이라면 그냥 지나칠 것도 조교사 데뷔를 앞두고 한 번이라도 더 눈여겨보게 된다”고 말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모든 일은 하나님이 도우셔야 한다. 억지로 되는 게 없이 꾸준히 노력하고 기도하는 가운데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며 자기 최면을 건다.
안 기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착실맨’으로 통한다. 이 점이 주변에서 조교사로의 활약을 기대하는 부분이다.
한 조교사는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착실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며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동료기수인 박태종 기수도 “안 선배는 항상 자신이 기승한 말을 믿고 그 말의 능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능력이 있다”며 “이런 능력은 조교사로도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것과 통한다”고 말해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그의 장점을 또 하나 든다면 나이가 들수록 철저한 체력관리를 한다는 것. “예전엔 체력적 부담이 있기도 했지만 최근 몇 년간 말을 타면서 힘들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는 말은 노장의 뼈를 깎는 노력의 대가다.
안 기수는 자전거 예찬론자다. 평소 하체근력 강화엔 끊임없이 밟아대는 자전거 페달을 따라올 운동이 없단다.
안 기수가 경주마에 기승한 모습을 서울경마공원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25년간 사랑해주신 팬들께 감사드리고 남은 기간 기수로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는 그는 “처음부터 좋은 성적을 기대하진 않지만 열심히 해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