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도 타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순위를 다툰다. 1등에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나 꼴찌는 그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경마팬들이 항사 1등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매번 꼴찌를 면치 못하는 마필도 용케 기억한다.
올드 경마팬들이 기억하는 최고의 꼴찌마는 누굴까.
퇴사한 말 중엔 ‘당나루’와 ‘트리카’가 있다.
이 두 마필은 꼴찌마 클럽 회장과 부회장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트리카’ 전적은 71전 무승 2착 1회가 고작이다.
꼴찌는 내 차지를 외치는 바람에 아무도 배팅을 하지 않아 2착 때 305.9배란 복승식 고배당을 남겼다.
‘당나루’는 역시 95전 무승 2착 1회의 화려한 전적(?)으로 2착 당시 복승식 824.1배의 고배당을 경마팬들에게 안겨줬다.
한 경마팬은 ‘당나루’가 군기가 빠진 군대를 일컫는 속어 ‘당나라 군대’라는 단어와 유사해 이름 때문에 꼴찌만 했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현재는 서울경마공원에 입사한 경주마 1,510마리 중 20회 이상 출주 기록을 가진 말 중 단 한번도 1착을 못한 말들은 외국산 10두, 국산 18두 등 총 28두가 있다.
이 말들의 공통점은 외산마의 경우 부마들이 검증되지 못한 혈통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그나마 혈통이 좋은 마필은 ‘클래식일드’(외3군)다.
또 하나 꼴찌는 상대적으로 수말이 적다는 것이다.
경마공원 내 수말 비율은 35% 내외이나 꼴찌마는 28마리 중 국산마만 3마리로 비율은 약 11%에 불과하다.
국산과 외산을 통 털어 눈에 띄는 꼴찌는 ‘운길산(국6군)’과 ‘푸른바람’(국4군)’이다.
‘운길산’은 51전 0승 2착 1회로 승률 0%, 복승률 2.0%를 기록 중이다.
‘푸른바람’은 36전 0승 2착 4회로 승률 0% 복승률 11.1%다.
이들은 외산마와는 달리 좋은 혈통을 갖고 있다.
‘운길산’ 부마는 ‘백광’을 배출한 ‘더그룸이즈레드’로 작년 씨수말 순위 3위를 차지했고 ‘푸른바람’ 부마는 작년 씨수말 순위 2위를 차지한 '컨셉트윈‘이다.
이 때문에 경마팬들은 우승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이들의 2착 시 복승식 배당률은 8.8배에 그친 사실이 경마팬들이 ‘당나루’나 ‘트리카’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승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반증이다.
경마에선 1등을 못하는 마필이 필수적으로 존재한다.
이번 주말 한번쯤 꼴찌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