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무일에는 행사도우미를 강요 당하고 열차가 지연되도 초과수당은 없다. 여승무원의 생리휴가는 제비뽑기로 이뤄진다. 하청 비정규직인 승무원은 이같은 불만에 대한 교섭권도 없다. 정규직원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3월부터 3년간 장기파업에 들어간 KTX 승무원들의 실상이다.
KTX 승무원 이모(26·여) 씨 등은 투쟁을 했다는 이유로 계약해지돼 일자리를 잃었다. 이 씨는 다른 승무원들과 함께 3년간 1인 시위, 단식, 삭발, 집회, 항의 방문을 해 봤지만 사측으로부터 손해배상청구와 형사고발, 가처분 신청을 받았을 뿐이다.
이들처럼 부당한 처우를 받아 투쟁하고 있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인권단체연석회의,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은 지난 16일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의 기륭전자 공장 앞에서 ‘투쟁하는 여성 비정규 노동자 인권보고대회’를 열고 이같은 사례를 발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날 인권보고대회에 참가한 금속노조 서울남부지회 기륭전자분회,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재능교육지부, 이랜드 일반 노동조합, 뉴코아 노동조합, 전국철도노조 KTX 승무지부 등 5개 장기투쟁 사업장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그동안 겪었던 인권침해 사례들을 발표했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12월21일과 23일, 농성을 위해 본사 앞 천막을 설치하려는 조합원 20여명의 시도를 무력화 하기위해 60여명의 사측구사대가 4차례에 걸쳐 천막설치 과정을 폭력·침탈했다”며 “이 과정에서 여성 조합원들의 머리채를 잡고 폭행을 하는 등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여성 비정규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여성권 ▲자기정보결정권 ▲행복추구권 ▲노동권을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조돈문(55·가톨릭대 사회학) 교수는 “여성 비정규직이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는데도 이들에게 법은 어떠한 보호막도 되지 못했으며, 이들은 구사대와 용역직원, 경찰들에 의한 물리적 폭력과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성추행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어 “현재 여성노동자들이 받는 비정규직의 서러움을 다음 세대들에게 물려주지 말아야 하고 빠른 시일내 비정규직을 철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