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마공원 마사지역은 새벽 5시면 54개 조 모두 분주하다. 하루 24시간 중 경주마들의 생체리듬이 가장 안정된 시간을 틈타 새벽조교를 준비하느라 조용한 주변의 정적을 깬다.
지난 7일 6조 마방을 관리하는 홍대유(45) 조교사 역시 어스름을 가르고 경주마들의 상태 체크와 기수들에게 훈련법을 주문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말은 발주기를 차고 나와서 안쪽으로 기대는 경향이 있으니까 오늘은 그걸 없애는데 주력해”
“이 말은 지구력이 조금 달리는 편이니까 오늘부턴 조교량을 두 배로 늘려야 돼”
차분하나 힘이 들어가 있는 말투가 고참 조교사 뺨치나 이제 겨우 3년차인 신인이다.
그러나 그를 누구도 신인이라 부르지 않는다.
총 전적 99전 13승, 2착 13회 승률 13.1%, 복승률 26.3%로 54명 조교사 중 10위에 당당히 랭크된 괄목할 성적이 신인이라 부르기엔 조금은 머쓱하다.
홍 조교사의 마방은 22칸으로 선배보다 10칸 정도 모자란다.
그러나 소수정예로 과천벌 제패를 노리고 있다.
주위에서도 이런 야망은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경마세계에 발을 담근 후 가장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마필은 경마공원 최고 능력마로 손꼽히는 ‘밸리브리’다.
2006년, 2007년 연속 연도대표마인 ‘밸리브리’를 국내에 들여온 것도 그였고 현재 6조 마방에서 가장 많은 수득상금을 벌어주니 등에 업고 다니고 싶을 지경이다. 하지만 지난 5월 4일 경주에서 62kg의 무거운 부담중량을 짊어져 6연승 좌절과 함께 ‘어깨파행’이란 부상을 입어 고민거리가 되었다.
“이번 달 말 예정인 서울마주협회장배(GIII)에 나갈 수 있을지, 부상이 오래간다면 마방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등 걱정이 태산”이란 말은 복잡한 심경을 대변한다. 자칫 대표마필이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전체 마방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그렇다고 손을 아예 놓고 있는 아니다.
‘밸리브리’의 치료에 혼신을 다하는 한편 보배의 공백을 ‘지니스딜라이트’, ‘지구상위력’, ‘위그’등 차세대 유망주들의 가동으로 메울 계획을 세워두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도 써야죠. 마방이 적어 마필운용에 어려움은 있지만 최선을 다한다면 결과는 좋지 않겠어요.”
기수 시절 어려운 상황에 처할수록 당찬 모습을 보였듯 그대로다. 일류 조교사로 가기위한 성장통을 겪는 홍대유. 그 성장통을 잘 치료해 탄탄대로로 갈 것인지 아니면 힘없이 무너질지는 스스로 해결해야 될 과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