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정문화재이자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이 또다시 화마에 휩싸일 뻔 했다.
수원중부경찰서는 3일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수원 화성행궁에 불을 지른 혐의(공용건조물방화미수)로 박모(50·무직)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 2일 오후 1시쯤 수원시 팔달구 남창동의 화성행궁 안 노래당 1층 현관 출입문 창호지에 1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여 창호지를 모두 태우는 등 국가지정문화재를 방화하려 한 혐의다.
경찰조사 결과 박 씨는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으며, ‘술에 취한 사람이 불을 붙이려 한다’는 시민의 신고를 접수한 화성행궁 관리인 이모(60) 씨에게 현장에서 붙잡아 경찰에 인계됐다.
박 씨는 경찰에서 “술을 마시고 화성행궁에 들어갔는데 사람이 없어 화가 나 불을 놨다”고 말했다.
조선 정조 때(1794-1796년) 축성된 화성행궁(국가사적 478호)은 역대 임금이 화성시 융릉(사도세자 부부무덤)과 건릉(정조 무덤)으로 행차할 때 묵었던 곳으로 일제강점 시대에 대부분 철거됐다가 2002년 국·도·시비 등 325억여원이 투입돼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화성은 지난 2006년 5월 술 취한 사람이 서장대에 불을 붙여 목조건축물이 전소되는 참사를 겪었고 지난해 6월에는 일용직 노동자가 홧김에 화홍문을 망치로 부순 적이 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월 여중생들이 서북각루 앞 억새밭에 불을 냈고 지난 4월에는 초등학생들이 창룡문 인근 동북공심돈 앞에서 불 장난을 하다 잔디밭을 태우는 등 이번까지 실화 또는 방화가 3번이나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