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 개학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20일. 일정 금액만 결제하면 방학숙제를 대신해 주는 ‘방학숙제대행사이트’가 활기를 치고 있다.
방학숙제대행 사이트의 주요 고객은 학생들만이 아니다.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학부모들이 자녀의 과제에 무관심해지다보니 신경쓸 시간이 없어 돈을 주고 자녀의 숙제를 대행시키는 것.
특히 성적과 연관되는 수행평가 포함 과제는 자신의 자녀가 다른 아이들에게 뒤쳐지지 않고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하기 위해 더욱 관심이 높다.
◇성행하는 ‘방학숙제대행사이트’=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방학숙제대행’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방학숙제’ ‘숙제대행’ 등 각종 관련 사이트가 쏟아져 나온다.
180만여명의 회원이 가입한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독후감, 기행문, 감상문, 글짓기 등 10만여건의 자료를 보유해 많은 학부모·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
또 이 사이트에서는 거의 모든학교가 방학이 끝나는 이달 31일까지 홈페이지에 대한 홍보를 많이 하는대로 순위를 매겨 현금 10만원을 준다는 이벤트까지 진행하고 있어 학생들이 개인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통해 홍보에 열을 올리는 등 학생들을 상대로 사행심을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부모들, 찬반 엇갈려=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 이모(33·여) 씨는 “방학숙제가 성적에 반영된다면 당연히 돈을 주고라도 구입할 것”이라며 “엄마입장에서 우리아이가 남에게 뒤떨어지는 것이 싫다. 아무래도 전문가들이 대신해주면 성적이 잘 나오지 않겠냐”며 반문했다.
또 다른 학부모 한모(35) 씨는 “부모들의 교육열이 높고 실질적으로 학원을 더 중시해 나타나는 사회풍조 같다”며 “한참 뛰어놀 아이들의 창의력, 인성이 떨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만연한 숙제대행 풍조 해결 방안 있나=만연한 숙제대행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과제량과 학부모의 관심이 무엇보다 앞서야 한다는 게 교육계의 의견이다.
전교조 경기지부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주어진 학습량이 많은데 과제량 또한 많아 그런 유혹을 빠져나가기 힘들 것”이라며 “학교측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숙제를 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과제인지, 성취동기를 유발하고 수행하면서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지 잘 판단해 과제를 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시 한 초등학교 교장은 “이 문제는 학교와 학부모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며 “부모는 자녀와 상의해 스스로 해결하도록 돕고 의지하려는 습성을 없애줘야 하고 학교측은 아이들과 사전협의해 능력별로 과제를 제시해 본인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