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관법(尺貫法)을 없애고 미터법을 시행(2007. 7. 1)한지도 1년이 지났다. 한 평, 한 말, 한 자, 한 근 대신 제곱미터, 세제곱미터, 킬로그램, 킬로미터로 바뀌면서 생긴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원래 재래식 도량형(度量衡)은 중국에서 비롯됐다. 전국 시대까지만 해도 도량형은 나라마다 제각각이었다. 이것을 통일한 인물이 진황제였다. 그는 중량의 단위로 ‘권(權)’이란 분동(分銅)을, 용적의 단위로 ‘양(量)’이란 되박을 만들어 각지에 배포하고 거래 또는 징세할 때 기준으로 삼았다. 진황제는 자신의 업적을 남기기 위해 분동과 양에 조칙(詔勅)을 각인했는데 이 때 쓰인 한자가 소전(小篆) 서체였다. 척관법은 미터법에 비해 과학성과 정밀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멋과 여유가 있다. 논의 넓이를 나타낼 때 두락(斗落)이라고 하는데 이는 한 말(斗)의 나락이 떨어(落)지는 넓이라는 뜻이다. 길이를 재는 단위가 자(尺)이고, 자보다 큰 단위가 길인데 길은 여덟 자 또는 열 자를 말한다. 자보다 작은 단위가 푼과 치인데 한 치는 한 자의 10분의 1, 한 푼은 한 치의 10분의 1이다. 한 발은 두 팔을 한껏 벌린 길이고, 아름은 나무같이 둥근 물건의 길이를 잴 때 썼다. 둘이 다른 것은 발은 직선, 아름은 곡선인 점이다. 생선 열 마리를 한 뭇이라 하고, 장작 따위의 더미를 가리라고 했는데 한 가리는 스무단이다. 사리는 국수나 새끼, 실같은 것을 둥그렇게 포개어 감은 것을 말하는데 최근까지 쓰여지고 있는 것은 냉면 사리 뿐이다. 먹 열 개, 붓 열 자루, 피륙 50필, 백지 백 권, 곶감 백 접, 볏짚 백 단, 조기 천 마리, 비웃(청어) 이천 마리를 동이라고 한다. 엄지손가락과 가운데손가락을 벌린 길이를 장뼘,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편 길이를 쥐뼘, 엄지와 집게손가락 사이를 집게뼘이라고 한다. 달걀 10개는 꾸루미, 김 40장 또는 100장을 톳, 말린 오징어 스무 마리는 축, 소주 열 사발을 고리, 오이나 가지 50개를 거리라고 한다. 척관법은 이제 소멸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학만이 전부는 아니다. 사용하지는 못하더라도 보존해야할 전통문화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