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친구, 그의 아내
요리사 재문(박희순)은 미용사인 만삭의 아내 지숙(홍소희)과 미국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
재문의 절친한 친구인 잘 나가는 외환딜러 예준(장현성)은 재문과 지숙에게 영어를 가르쳐준다.
재문과 지숙은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미국행이 좌절되고 예준이 이들 부부의 생활을 돕는다.
갓 태어난 아들 민혁을 돌보느라 지친 지숙은 미용박람회 참가차 파리로 짧은 여행을 떠나고, 그 사이 예준이 재문의 집을 찾는다.
재문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예준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재문은 자진해서 그 죄를 뒤집어쓴다.
돌아온 지숙은 교도소에서도 입을 굳게 다문 재문에게 절망하고 예준이 홀로 남은 지숙을 돌보는 입장이 된다.
‘나의 친구, 그의 아내’는 삼각관계를 다룬 치정극이지만 보기에 간단하지 않은 영화다.
“진정한 관계의 평등과 책임이 무엇인가”를 묻고 싶었다는 신동일 감독의 연출의도대로 영화 속 인물들은 강한 상징성을 띤다.
예준은 군대에서 자신보다 계급이 낮은 재문에게 말을 놓도록 하고, 재문의 아들에게 ‘민중혁명’을 줄인 민혁이라는 이름을 짓도록 조를 만큼 열성적인 운동권 출신이지만 사실은 자본주의의 핵심에 있는 직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엘리트’다.
겉으로 평등을 부르짖어도 결국엔 자신보다 낮은 ‘계급’의 재문에게서 심리적 안정을 얻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못한다.
재문은 그런 예준에게 경제적 원조를 받고, 그 대신 무한한 우정을 주며, 용서할 수 없는 죄까지 마땅한 이유도 없이 뒤집어쓴다.
최대의 피해자는 이들 사이에 끼어 모든 것을 잃고 이용당하는 지숙이다. 욕망에 솔직한 지숙은 셋 중 가장 인간답고 위선을 모르는 존재다.
언뜻 보기에도 어울릴 수 없는 세 명은 평탄한 시간을 보내던 영화 도입부에서도 이미 위태로워 보이고, 결국 외줄타기 같은 관계를 지속해 나가다가 지숙이 꾸민 복수극으로 파국으로 치닫는다.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탐구하는 묘사가 치밀하고 전개 속도도 빠르다. 정사 장면이나 실제로 촬영했다는 출산 장면 등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평범한 치정극을 예상했던 마음 약한 관객이라면 보기에 불편할 수 있다.
‘나의 친구, 그의 아내’는 2001년 ‘신성가족’으로 칸영화제 단편부문에 진출하고 장편데뷔작 ‘방문자’로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받았던 신동일 감독의 2번째 장편이다.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영됐지만 개봉은 2년 만에 이뤄졌다.
27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