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 문제 해결을 위한 베이징 3자회담이 사실상 '결렬'됨에 따라 북한 핵문제는 다시 짙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게됐다.
특히 북한이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며 '핵무기 보유'를 공개함에 따라 북핵 문제는 핵개발 포기라는 사전 예방적 수준에서 '이미 개발한 핵무기 해체'라는 복잡한 수순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회담에서 제기된 북한측 주장에 대해 정밀 분석이 시도돼야하겠지만 베이징 3자회담은 이제 '생명이 꺼져가는' 상황에 처하게됐다.
사실 이번 회담에 대한 비관론은 회담 시작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회담이 열리기 전부터 북한측은 '핵문제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생존권 위협에서 비롯된 만큼 불가침 조약 등 체제보장안이 확실히돼야 한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천명했다.
이에 대해 미국측도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핵개발을 폐기해야만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마지노선을 분명히 제시했다.
23일 회담이 시작되자 양측은 이런 내용을 담은 기조연설을 개진, 회담 분위기가 처음부터 냉각됐다. 체제보장부터 확실히 하라는 주장과 핵포기부터 해야 협상한다는 원칙적 발언이 접점없이 이어지면서 회담은 성과는 커녕 최악의 충돌을 피해야하는 절박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게다가 회담직전 일부 미국언론에 공개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북한정권 교체' 메모는 싸움의 도화선 역할을 했다.
주최측 중국의 중재로 일단 신경전은 마무리됐다. 그리고 만찬회동 등 첫날 일정은 예정대로 소화됐다. 하지만 3국은 이틀째 회의에서 예정된 3자회동을 갖지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미-중, 북-중간 양자 협의를 계속하면서 접점 찾기에 골몰했다.
무엇보다도 사실상 회담을 파국으로 몰고 간것은 북한측이 밝힌 핵보유 발언이다.
북한은 "미국이 북한을 침공하지 않겠다는 명문화된 문건에 서명하면 핵무기프로그램을 중단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미 개발된) 핵무기를 해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미국의 일부 언론이 전했다. 북한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북한핵문제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중대한 사안이다.
미국도 강경대응으로 임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그들(북한)은 베이징에서 열린 일련의 논의에서 미국과 그 우방들, 이 지역 국가들이 호전적인 성명이나 위협 또는 행동으로 협박을 당할 수 있다는 인상을 털끝만큼도 갖고 떠나면 안된다"면서 "그들이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매우 경솔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미국내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협상을 통한 북한핵 문제 해결을 주장하던 파월장관의 강경발언은 북한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주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다시 말해 그동안 협상에서 보듯 북한이 협상초기 벼량끝 전술을 구사하는 것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 이는 미국 내 강경파를 의식한 행보이기도 하지만 북한에게 '클린턴 행정부와는 확실하게 달라졌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나서 북한이 "과거 협박게임으로 회귀했다"고 강조한데서도 재확인된다.
북한핵 보유를 놓고 정면충돌하는 바람에 다른 사안들은 부각될 여유가 없었다.
미국이 북한핵 포기를 전제로 '과감한' 대북지원과 이를 위한 한일 양국의 다자회담
조기 참여를 주장한데 대해 북한은 아예 '무시전략'으로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담은 끝내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는 예의를 갖추고 종결됐다. 이는 물론 주최측인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수행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중국은 북한에게는 '미국과 직접대화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회담 진행방식에 신경을 썼으며, 다자회담임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국도 회담 참가자의 일원으로 기조연설을 하는 등 미국을 신경써주기도 했다.
특히 북한핵 보유 발언 이후에는 미국측과 더많은 접촉을 갖고 북한발언의 진의를 함께 고민하는 모습도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부시 대통령은 "중국은 처음부터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의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중국도 한반도가 비핵지역이 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위협당하지 않겠다는 점을 북한에게 말해 줄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말해 중국이 북한을 적극 설득,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지원하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또 이번 회담에서 나온 북한의 발언내용을 면밀히 분석한 뒤 국내 여론을 수렴해 북한과의 협상 지속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긴밀하게 협의, 정확한 북한의 의중을 파악해낼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베이징 3자회담은 사실상 진전없이 종결됐지만 완전히 여지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의도에 대한 미국의 판단, 북한의 향후 입장 전환 가능성, 한국의 역학, 중국의 중재 노력 등이 향후 협상구도의 방정식을 풀어갈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