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실체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경우가 많다. 고려장(高麗葬)도 그 중 하나다. 고대 한국에서 늙은이를 버렸다는 고려장 이야기는 현재까지 알려진 역사 문헌에는 없고 꾸며진 이야기인 소설이나 동화에만 등장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고려장’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이병도의 1939년판 <국사대관>이 최초이다. 물론 그리피스의 <은자의 나라 한국> (Corea : The Hermit Nation)에서 “Ko-rai-chang”(고려장)이라는 용어가 1882년 초판부터 직접 등장한다. 하지만 고려장의 실재를 부정하는 쪽에서는 프랑스인인 그리피스가 조선에 온 적도 없고 일본인에게 들은 내용을 썼으므로 인정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송나라의 손목이 지은 <계림유사>에 “고려에는 노부모를 방에 가두고 음식을 넣어 주는 풍습이 있다.”라고 하였는데 일부에서는 고려장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고 한쪽에서는 치매노인이나 전염병에 걸린 사람을 집안에서 격리한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런가하면 일제 때 일본인들이 우리 나라 무덤 속 유물을 손쉽게 도굴하기 위해 퍼뜨린 유언비어라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고려장은 그 사실적 존재관계를 떠나서 반인륜적 행위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고려장은 가난하여 살기 어려운 시대에 경로효친(敬老孝親)의 교훈적 의미로 설화나 동화로 꾸며진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지금 훨씬 많이 배우고 나아진 형편인데도 슬프고 어이없는 역사는 왜 그대로인가. 오히려 늙고 병든 부모를 낯선 외지에 버리거나 신체ㆍ심리적으로 학대하는, 그야말로 동화 속 고려장 망령을 되살릴 기세다. 결국 어느 부모는 자식들에게 생활비를 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경제난에 따른 가계 빈곤화 탓이라고 하나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최소한의 기본적 예의로 우리가 서고 배워온 동방예의지국은 영영 요원한가. 고령화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한국사회에 던져진 또 하나의 숙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