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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래 부른다고 국민신뢰 얻어질까?

교육비도 졸라매는 서민들
의원들은 파당 이익에 급급

 

이번에 고3에 올라가는 아이 때문에 대치동 학원가를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연말을 보냈다. 흥미로웠던 점은 재작년 큰 아이가 입시 준비를 할 때만하더라도 문전성시를 이루었던 논술학원들이 싹 자취를 감추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역력한 느낌은 학원가가 많이 한산해졌다는 것. 학원비도 2~3년 전보다 많이 내린 것으로 느껴졌으나 더욱이 절감할 수 있었던 것은 학원가에서 수강생의 소중함을 이제서야 깨달은 것 같았다는 점이다.

예년에야 붐비는 학부형들 사이에서 강의에 관한 설명 한 번 제대로 듣지 못하고 경쟁하듯 등록을 하여야 했겠지만 금년도에는 어찌된 일인지 몇 번을 환불하러 가도 학원 관계자들은 친절하기만 하였다. 갑자기 어인 일인지 당황스럽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가 왜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금방 다가왔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 대학교의 교육대학원 신입생들의 등록률 때문이었다. 원래 교육대학원은 다른 대학원들과는 달리 교사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절대 정원 미달이 발생하지 않는다. 허나 오늘 확인한 추가 등록 상황은 처참하였다. 세 번에 걸쳐 이루어졌던 추가 등록 상황에서 자그마치 열 명이 넘는 수를 채울 수 없었다. 또한 이 같은 상황은 학부도 다르지 않아서 다음 학기 예비 등록률을 조사해 본 결과, 40% 가까운 학생이 휴학을 계획하고 있다 하였다. 지난 달 대치동 학원가에서 느꼈던 한산함이 대학가에까지 고루 파급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의 어려움은 현저하게 소비행태를 바꾸어 놓고 있다. 건국 이래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교육열도 경제난을 피해가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아이들의 교육만큼은 허리를 졸라매고서라도 양보하지 않았던 수많은 부모들이 더 이상은 그처럼 버틸 수 없게 되었다. 이들은 자신을 위한 경비 절약에도 모자라 이제는 자녀의 교육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유일하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투자라고 여겨 지금까지 헌신적으로 매달렸던 자녀교육에까지 경비절감 현상이 급속히 나타나고 있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경제상황의 악화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엿보게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국민들 중 1% 정도의 상류층에게 소비되는 사교육은 아직도 활기를 띈다고 한다. 여전히 일부 계층은 조기유학을 보내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이제는 아예 유아원부터 영어로 강의를 하는 사교육기관에 보낸다고 한다.

국민의 대다수가 고통 끝에 놓여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가진 자와 권력 있는 자들은 자신들의 아집을 위해 주먹질을 해대고 큰 소리 친다. 조금 전 이전투구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서로의 위신을 세워주며 노래나 불러대는 모습이 화면을 통해 흘러나온다.

과연 이 같은 모습이 자신의 금쪽같은 자식을 위한 교육조차도 잠시 접어두어야 하는 서민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질까? 과연 이들이 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을 풀어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어야 하는 마당에도 외국으로 외유하거나 파당의 이익에만 급급한 이들의 모습에 국민들은 어떤 마음일까?

가슴 아픈 주말이었다. 한산한 학원가에서 그나마 조금 더 나은 기회를 잡아보려고 학원비를 환불하고 다시 등록하기를 여러 번. 그러다 집에 오니 티비에서는 서민들의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는 여의도 사람들이 노래를 불렀다. 이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이렇게 해서는 얻어지기 힘들 것 같았다. 서민들이 소주 한 잔 걸치고 부르는 국민가요를 스튜디오로 옮겨놓는다고 해서 이들이 과연 현재의 어려움이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 과연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갑자기 하루 온종일 학원가를 종종거리던 다리가 풀리면서 사이좋은 이들의 모습에 칭찬보다는 분노가 앞섰던 것은 필자만의 일이었을까? 갑자기 그들과 결코 극복될 수 없을 것 같은 이질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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