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한국박물관 100주년이다. 최근 문화예술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자체별 건립계획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미술관은 정부의 1도 1미술관 지원정책에 따라 기존의 공공박물관과 함께 개관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수원만 해도 작년에 이어 올해 3월까지 4개의 박물관이 연이어 문을 열었다. 화성박물관, 서예 역사박물관, 수원 역사박물관 등 외형적으로는 대단히 풍성한 문화정책이 전개된 바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문제다. 적정한 지적 인프라가 부족한 가운데 건물만 덜렁 들어선다는 것은 진정한 박물관으로서의 기능이 한참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박물관은 유물에만 유독 집착을 보여 왔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역할은 작품의 수장과 보존 작가의 발굴 또는 전시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박물관의 기능은 크게 변해가는 추세에 있다. 외국의 경우 전시와 보존의 운영중심에서 교육과 휴식의 기능, 즉 레져관광산업과 연계되는 좀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운영으로 그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박물관은 역사를 사실대로 투영하는 곳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따라서 자칫하면 문만 열어 놓고 관객을 기다리는 고답적인 운영형태를 보이기 십상이다.
이를 탈피하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 지역사회 속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능동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감사 때문에 제 일을 하지 못하고 오직 공문서 작성으로 시간을 다 보낸다거나 자치단체 자체행사의 한 축으로만 활용이 된다는 것도 꼭 짚어봐야 할 문제로 보인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계약직이라는 신분에 묶여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마치 공무원의 하부조직처럼 운용이 되고 공무원들의 눈치나 살펴야 하는 예술인들의 활동범위는 크게 축소되기 마련이다.
예술창작은 전문 인력이 주도해야 한다. 이러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공공박물관미술관의 기본적인 역할이 되어야 한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 대기업 CEO출신 관장이 임명된 바 있다. 자치단체 공직자의 임명과는 또 다른 부분이긴 하지만 이 역시 낙하산식 임명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경영과 예술, 창작과 사업의 진행과정은 어떤 면에서건 크게 상반되는 운영 실태를 가지고 있다.
힘 있는 관장이 예술인들의 활발한 창작활동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기대를 가지게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원시 공공박물관의 직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