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의 한 가운데에 자동차산업이 있다는 것은 일반 시민들도 알만큼은 알고 있는 경제상식이다. 세계 굴지의 자동차 생산업체들의 부침이 우리들의 생활경제의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터이다.
우리정부 역시 자동차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새로 자동차를 살 경우 세제혜택을 주겠다는 설익은 정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소비자들은 세제혜택 기간을 기다리며 새 차 구입시기를 조정하기에 이르렀고 그만큼 판매량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당장 급하게 된 것은 자동차 업계였다. 확정되지도 않은 정책을 미리 발표해버린 까닭에 판매수입에 막대한 지장을 불러왔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노후차량을 새 차로 교체하면 세제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0만원을 웃도는 혜택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은 새 차 구입시기를 늦추는데 충분한 매력이 있는 제도였다. 새 차 구입을 미루게 되는 것은 소비자로서는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2000년 1월 이전에 등록된 차량을 새 차로 바꿀 때는 취득·등록세와 개별 소비세를 70%나 깎아준다고 했다. 이 같은 세제조치를 통한 자동차 판매수요를 늘림으로써 자동차 업계를 돕겠다는 아주 근사한 제도로 소비자들에게 크게 환영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날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없었던 일로 하자는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정부정책이 조석변이도 아니고 ‘아니면 말고’식으로 바뀌는 것인지 소비자들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이렇게 정부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자동차 판매량은 예년에 없는 최악의 판매부진 상태를 겪게 된 것이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내 놓을 때마다 느끼는 국민들의 감정은 삽시간에 달아오르고 또는 식어버리는 경향을 보인다. 더구나 이 같은 직접적인 실물경제 사안에는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꿸 수는 없는 노릇, 정책발표는 좀 더 신중해져야 한다. 결과가 이렇게 되니까 섣부른 발표 뒤에는 또 다른 노림수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증폭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세제혜택 제도가 단순한 ‘당근’이기에 앞서 요즘 한창 시끄러운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과 노사관계 등에 얽힌 문제해결 용도로 사용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들이 그것이다. 당근을 주어야 할 때와 채찍으로 사용해야 할 때를 잘 조절하는 지혜가 그리고 타이밍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