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련때 섣불리 물·약 먹이면 질식할수도…
“6개월된 아들이 잠들면서 몸을 떠는데 소아간질 아닌가 걱정돼요.”
소아경련(小兒痙攣)은 생후 3개월~ 6세 기간에 특정 원인없이 열이 동반된 경련으로 급성질환에 의한 고열과 함께 뇌가 흥분하면 근육에 전달돼 전신경련을 일으킨다. 주요 증상은 38℃ 이상 열이 갑자기 오르고 안구가 돌아가거나 고정되며 양쪽 손발이 경직된다. 성장과정의 소아는 작은 자극에도 놀라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비경련성 발작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의식 변화를 보이며 사지 경직을 동반한 발작을 보이거나 축 늘어진 상태로 자극에 반응이 없으면 경련성 질환을 의심하고 소아신경전문의의 진찰이 요구된다. 이때 보호자는 간질로 여겨 크게 걱정할 때가 많은데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 이유는 아닐 때가 많기 때문이다.
경련은 간질성 경련과 비간질성 경련으로 구분되며 소아경련은 상당수 특정 신체 증상과 연관된 비간질성 경련으로 예후가 양호한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 사례로 열성 경련과 위장관염을 동반한 양성 소아기 경련 등이 있다.
또 소아 중추신경계 미성숙된 특성과 외상·저산소증 등 출생 손상, 뇌의 선천적 발육 이상, 중추 신경계의 뇌막염·뇌염 등 급성 감염, 칼슘 부족, 뇌종양 등 간질의 흔한 원인들이 같은 경련의 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전문의의 정확한 진찰을 요한다. 보호자의 자의적인 판단은 금물이다.
◇소아열성경련
열성경련은 전체 소아의 5~ 7%가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으로 높은 열이 원인이 돼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열에 대한 조절 능력이 미숙한 다섯 돌 미만 소아에게 흔하다. 18~ 36개월 기간에 가장 많고 여아보다 남아에게 많다. 유전적 요인이 작용해 가족 중 열성 경련을경험한 경우, 열성경련 발생 확률이 높게 나타난다. 이 열성경련은 자라면서 자연히 없어지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열성경련은 단순형 열성경련과 복합형 열성 경련으로 구분하는데 단순형 열성 경련은 열이 갑자기 오르고 온몸이 굳거나 떨면서 눈이 고정되는 등의 발작 증상이 수 분 동안 지속된다. 열성경련의 10% 정도에서 발생하는 복합형 열성경련은 발작 시간이 좀 더 길고 전신이 아닌 몸의 일부만 경련을 일으키거나 몸의 경직 대신 늘어지는 형태의 발작을 보이고 한 번 발열이 있을 때 두 번 이상 발작 증상을 보인다.
◇롤란딕 경련
열성 경련과 함께 흔히 발생하는 경련성 질환으로 유아기에서 사춘기 전후에 흔한 롤란딕 경련이 있다. 롤란딕 경련은 뇌파 상의 이상을 동반하는 간질성 경련의 범주에 속하는 질환이지만 예후가 좋은 대표적 소아기 양성 간질성 경련이다. 주로 밤에 자다가 경련을 일으키는데 한쪽에서 시작해 전신경련으로 확대될 때가 많다. 팔다리가 뻣뻣해지거나 팔다리를 흔들면서 침 흘리기, 한쪽 혀나 얼굴 마비, 얼굴 찡그리기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때로는 낮에도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롤란딕 경련은 항경련제의 투여 없이도 대부분 사춘기를 전후해 저절로 좋아지며 뇌파도 정상 회복된다. 하지만 발작이 반복해서 나타나거나 낮에도 경련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뇌파검사를 실시해 필요한 경우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정밀검사 필요할 때
열성경련은 보통 사지가 뻣뻣해지며 입술이 파래지고 눈이 돌아가는 등의 전신 증상을 일으킨다. 경련 지속 시간은 비교적 짧아 수십 초에서수 분 내에 끝내고 깊은 잠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경련 지속시간이 15분을 넘지 않으면 뇌에 큰 손상을 주지 않고 특별한 후유증도 일어나지 않아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경련이 15분 이상 지속되거나 신체 한 부위만 움직이는 부분 발작을 하거나, 하루에 2회 이상 자주일어날 때는 열에 의해 유발된 간질성 발작을 의심하고 뇌파 등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처방법이 중요
소아경련은 열이 막 오르기 시작할 무렵 발생하므로 보호자들은 아이가 열이 발생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 갑자기 경련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열성경련을 완벽하게 예방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 등은 평소 경련이 발생하면 즉시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을 숙지해 두는 것이 현명하다.
▲소아경련 응급 대처 방법
열성경련이 일어날 때는 목을 느슨하게 해 호흡을 편하게 하고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 체온을 떨어뜨려 주는 것이 좋으며 발작 시에 아이의 손발을 바늘로 따는 일이 흔한데 아이를 자극해 좋지 않으므로 삼가야 한다.
또 발작 중에는 토한 입안의 분비물이 기도를 막아 질식사할 수 있으므로 아이의 머리를 옆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누르거나 등을 두드리는 등의 섣부른 행동은 하지 말이야하고 모서리가 있거나 뾰족한물건 등을 치우고 아이를 편하게 눕게해야 한다.
또 경련 중에는 물이나 약을 먹여서도 안된다. 이는 질식사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며 무조건 먹이지 않는게 바람직하다. 경련이 끝난 후에는 해열제를 먹이고 미지근한 물로 닦아주며 열이 떨어지면 병원을 찾아야하고 만일에 10분 이상 경련이 지속되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열성경련은 시간이 경과하면 대부분 증상이 호전되지만 경기를 자주 할 경우에는 전문의의 정확한 검진을 받아야 한다.
중추 신경계 질환이나 약물 중독, 구토나 설사에 따른 전해질 불균형, 간질 등의 심각한 질병으로 인한 경련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아경련과 소아간질(小兒癎疾)은 별개
간질은 일상 생활 중에 별다른 이유없이 경기가 반복되는 질환으로 발열이나 급성기의 뇌손상 등과 무관하게 의식 장애를 일으키는 발작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실제 간질은 전체 인구의 0.5~ 1%를 보이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며 70%가 소아 때 발병하며 이 가운데 20% 정도가 난치성 간질로 이어진다.
뇌는 세포들간 전기 신호를 적절히 주고받는데 반해 병적인 상태가 되면 뇌 조직이 과다한 전기를 방출, 경기를 일으킨다. 간질 발작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으며 거품을 물고 온몸을 뒤트는 대발작과 일정 부문에서 시작하는 부분 발작이 있다.
간질은 약물치료로 완전히 치료되기도 하고 뇌 자기 공명 영상 검사를 통한 수술적 치료가 가능해 평생 고질병이란 잘못된 인식은 버려야 한다.
(도움말:분당서울대병원 소아과 황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