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밤 수원화성의 연무대에서는 조선시대 군사들의 야간 성곽전투훈련인 ‘야조(夜操)시민축제’ 행사가 열려 국내외 관광객과 시민들의 탄성과 환호를 자아내게 했다. 야조 행사는 1795년 수원에 행차한 정조대왕이 직접 명을 내려 군사들을 매복시키고 훈련을 지휘했던 내용을 재현한 것이다. 이 행사에는 ‘무예 24기’수련생과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열성을 보여줘 진정한 축제임을 느끼게 했다. 재현된 야조 훈련에서는 최강의 정예부대인 장용영군과 가왜(假倭)간의 실감나는 야간 전투가 선보였으며 무예24기 시범단의 몸을 사리지 않는 마상무예와 지상무예 등 무예시연이 펼쳐져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무예24기는 말 그대로 24가지의 무예로서 조선을 대표하는 정통무예, 호국무예이다. 특히 당시 정조대왕과 화성을 수호했던 장용영 군사들이 집중 수련했을 뿐 아니라 과거 무과시험의 과목이기도 했다. 정조대왕의 막강한 친위부대인 장용영 무사들은 무예24기를 주로 수련했으며, 특히 정조대왕의 꿈과 혼이 담긴 수원에 축성된 화성에서는 무예 24기가 가장 활발하게 수련되었으리라는 추측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화성에서도 연무대는 실제로 장용영 무사들이 창검술을 훈련하고 말을 달리며 활을 쏘던 장소였던 것이다.
조선조 22대 정조대왕은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비롯, 규장각과 수많은 저서를 남긴 ‘문화 성군(文化 聖君)’이라고 추앙받고 있다. 그러나 또한 활을 쏘면 백발백중의 적중률을 자랑하는 무인(武人)이기도 했다. 문과 무를 동시에 숭상하고 자신 스스로 무예를 수련하기에 게으르지 않았던 정조대왕은 당대의 쟁쟁한 학자인 박제가, 이덕무와, 무인 백동수 등에게 명하여 ‘무예도보통지’를 펴내게 했다. 이 책에 수록된 무예가 바로 무예24기(일명 24반 무예)이다.
이 가을에 축제가 연이어 열리고 있지만 ‘야조(夜操)시민축제’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먹고 놀고 흥청거리는 다른 축제와는 차별화된 특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야조행사엔 역사와 호국 정신과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우리 전통무예인 무예24기와 백성과 군사가 함께 하는 성곽전투의 전술이 전해져 오고 있다. 이 행사는 관광 상품 뿐 만 아니라 시민단합을 위한 축제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예산의 부족으로 참여인원수나 장비 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경기도는 무예24기와 이 행사가 수원시만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충분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