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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8천권의 창간호

이창식 주필

1908년(융희2) 11월 육당 최남선이 펴낸 ‘소년(少年)’은 우리나라 최초의 잡지였다. ‘소년’은 1911년 5월 정간 처분을 받고 더 이상 발행하지 못하게 되는데 통권 23호였다. 그 ‘소년’ 창간호를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면 믿어질까. 믿어도 된다.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모든 잡지의 창간호만 수집한 김훈동(수원예총 회장)씨가 소장하고 있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는 1966년부터 창간호를 모았다. 특정 잡지를 질(帙)로 모으는 것이 아니라 창간호만 모으기란 여간한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인데 그는 해냈다. 현재 그가 모은 창간호만 8000권이 넘는다.

이는 세계는 아니더라도 한국 기네스북에는 오를만한 일이다. 창간호 모으기 동기도 특이했다. 그는 군을 제대하고 나서 복학해 농업관련 논문을 쓰게 되었는데 인용 문헌이 어떤 농업관련 잡지 창간호에 있음을 알고 도서관을 찾아갔다. 그런데 핀잔만 듣고 문제의 창간호는 구하지 못했다. 거기서 창간호 모으기 힌트를 얻고 시작한 것이 어언 43년째가 된 것이다. 과문의 탓이라 듣지도 보지도 못한 괴이한 잡지도 있었다. 왜정 때인 소화2년(1931) 동명사가 발행한 잡지 ‘괴기(怪器)’가 그것이다. 값은 20전인데 아쉬운 것은 창간호가 아니라 2호라는 점이지만 2호니까 창간호를 대신할만도 하다. 아주 최근의 것으로는 2009년 9월 문학청년사 출판부가 발행한 ‘문학청춘’으로 값은 1만원이다. 그는 병따개(오프너)도 수집하고 있다. 소장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병따개 만도 2000점이 넘는다. 병따개를 보면 그 나라의 민속문화와 미술 수준을 알 수 있고 해학과 유머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개중에는 남근(男根) 병따게도 있었는데 아마도 여성을 겨냥한 서양인의 익살로 보이지만 눈요기 거리는 됐다. 그런데 그는 최근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애지중지 소장하고 있던 8000권의 창간호를 수원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한 것이다.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였을 것이다.

보석과 같은 선물을 받게된 수원시민으로서는 ‘위대한 선택’ 이라는 말로밖에 달리 위안할 말이 없게 됐다. ‘무소유’가 아름다운 까닭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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