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에 옥수수 1만톤과 분유 20톤, 의약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물론 북한 측에서 받아들여야 이루어지겠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부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것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이번 지원은 지난 16일 개성공단에서 가진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에서 북측이 ‘인도적 지원’을 요청한데 따른 것으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완화시키길 바란다. 비록 과거 정부가 수십만톤씩 지원했던 양에 비해서는 비교 대상이 안 될 수준이라고 할지라도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의 주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굳이 돈을 들여 외국에서 사오는 옥수수인가?’라는 의문이 들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보도에 따르면 작년에 60만톤이었던 국내 쌀 재고량은 올해 81만6천톤, 내년에는 100만톤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옥수수를 해외에서 구입해서 지원하겠다니... 한 농민단체에 따르면, 쌀 10만톤 당 보관비가 300억원에 달해 올해 예상재고량 81만여톤에 대한 보관비만 2400억원을 넘을 전망이라고 한다. 쌀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가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올해도 풍년이 들어 쌀 재고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자 일부 농민들은 자식처럼 가꾼 벼를 트랙터로 갈아 엎어버리는 극단적인 행동을 보여주기도 했다. 재고량 증가로 산지 쌀값이 80kg 한가마에 12만원으로 지난해 16만2천원과 비교해 20% 가까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자체와 농민단체 등에서는 대국민 쌀 소비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대형급식소와 출향인사 등에게 고향쌀을 사달라고 읍소하고 있으며 지역 기업과 음식점에서 지역 쌀 사용하기 등의 눈물겨운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이왕 줄 거라면 쌀을 주자. 정부 관계자는 여러 가지 식량 품목 중에 옥수수가 취약계층 우선 지원 원칙에 가장 부합하는 품목이고, 과거에도 옥수수 지원에 대해 북측의 거부반응이 없었다고 답했다. 또 쌀을 줄 경우, 북의 취약계층이 아닌 고위층이나 군대로 가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옥수수는 군대나 고위층에게 안 간다는 보장이 있단 말인가? 남한의 남는 쌀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내주는 것은 남한 농업을 살리는 길이다. 정부도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겠지만 입과 귀가 있다면 국민들에게 물어보라. ‘외국에 돈을 주고 옥수수를 사다가 주는 것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민들의 쌀을 보내주는 것 중에 어떤 것이 더 옳은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