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말이 유창하고 빠르며 큰 목소리를 내야 이기는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나라의 여성들이 한국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 자국과의 차이점 등을 얘기하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 외국인 여성이 한국사람들에게 느낀 점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목소리가 크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 살고 있는 대다수 사람이면 이 말에 공감이 갈 것이다. 특히 최근 국회에서 세종시 이전, 미디어법 통과, 4대강 사업 등에 대해 여야가 충돌을 일으키면서 벌이는 일련의 행동들을 보면 더욱 공감이 간다.
2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의 ‘2010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 자리에서도 선진당을 포함한 야당 의원들은 시정연설을 정운찬 총리가 대독한 것에 대해 “국회를 경시한다”며 정 총리의 팔을 잡아당기는 등 거세게 항의했고 이를 제지하는 한나라당 의원 사이들과 가벼운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비신사적인 행동”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이러한 여·야의 극한 대립 구도는 국회가 아닌 6일 전 끝난 수원 장안구 재선거 선거운동 현장, 특히 표밭으로 떠오른 성균관대 식당에서도 볼 수 있었다.
당시 식당은 상대 후보가 유권자와 대화를 나누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물론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도록 학생들을 뺏고 빼는, 마치 ‘도떼기’ 시장 모습 그 자체였다. 이같은 모습이 학생들에게 좋게 비춰졌을 리 만무하다.
또 선거유세를 할 때도 각 후보간 겹치는 장소가 발생했지만 상대방의 입장은 배려하지 않은 채 서로 마이크 볼륨을 올려가는 식으로 유세를 방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러한 모습을 유권자나 국민들이 보고 있다고 여긴다면 과연 이러한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외국에서는 ‘목소리 큰 사람’은 ‘화를 내는 사람’, ‘자기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여·야가 목소리 톤을 한 단계만 낮추고 상대방의 말을 들어준다면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