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나라 경왕(景王)이 커다란 종을 만들려고 하였다. 나라 형편에 비하면 너무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라 찬반 양론이 있었다. 선목공(禪穆公)과 주구(州九)가 “백성들에게 괴로움을 주고 재물만 낭비한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그러나 경왕은 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듬해에 종을 완성시켰다. 권력에 아부하기 좋아하는 신하들이 종소리가 매우 듣기 좋다며 온갖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자 경왕은 종 만드는 것을 반대했던 주구를 불러 여러 신하들이 종소리를 종아하는데 자네는 어떤가라며 빈정거렸다. 주구는 대답하기를 “백성들이 종을 만들고 싶어야 종소리가 듣기 좋은 것이지 그들의 원성이 자자한데 종소리가 좋게 들리겠습니까. 민중들이 마음만 합친다면 그 힘은 성벽같고 민중의 입은 무쇠도 녹일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생긴 말이 중구성성(衆口成城)이다. 그런데 요새 정가는 뭇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쏟아내는 바람에 막을 수 없는 중구난방(衆口難防)의 지경이 되고 말았다. 논란의 으뜸은 세종시 문제다. 여당은 세종시 원안을 고집하는 야당과 싸우기도 힘이 겨운 판인데 당내에서는 친이와 친박이 갈리고, 친이 안에서도 찬반이 생겨 도무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모를 지경이 되고 말았다. 정부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운찬 총리가 원안수정안을 굽히지 않고 총대를 메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부처 장관들은 굿이나 보다 떡이나 얻어 먹자는 심사인지 총리를 거들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이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면에 나서서 수습해야할 것 같은데 이 대통령도 상황 판단의 어려움 때문인지 미적거리고 있다.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것이 옳다. 그러나 그 약속이 잘못된 것이라면 국민을 설득해서 고치는 것도 정부가 할 몫이다. 만약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약속’ 때문에 그대로 해야한다면 그것은 나라를 위한 일이 아니다. 국민들은 알고 있다. 대권을 염두에 둔 그저 그런 말이라는 것을. 이젠 ‘중구난방’이 아니라 ‘중구성성’의 이치를 깨닫고 사심과 독선의 가면을 벗어 던질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