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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쌈문화

이창식 주필

낙엽의 계절이다. 꽃보다 아름답다는 단풍이 어느새 남녘으로 번지고, 단풍을 즐기려는 산행의 발길이 한창이다. 낙엽 또는 가랑잎은 이별, 무상, 무용을 상징한다. “나무도 병이 드니, 정자(亭子)라도 쉴 이 없다./ 호화로이 섰을 때에는 올 이 갈 이 다 쉬더니,/ 잎 지고 가지 꺽인 후에는 새도 아니 앉는다.” 정철의 시 한구절이다. 잎의 푸르름과 열매를 자랑할 때는 그리도 반기던 나무도, 잎이 떨어지고 나니까 새들조차 깃들지 않는 쓸모 없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추풍낙엽(秋風落葉)’ 또는 ‘바람 앞의 낙엽’이라 했다. 권력의 자리에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밀려났을 때 처량과 무상을 비유한 말이다. 그리고 도와 주는 이 없이 고독에 직면한 경우를 작은 배를 한 잎새에 비겨 ‘일엽편주(一葉片舟)’라 하였다. 잎은 인류 최초의 옷이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서 선악과(善惡果)를 따 먹은 아담과 이브는 눈이 밝아져 자신들이 벌거벗은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으로 몸을 가린다. 이로부터 나뭇잎은 인간을 위한 옷이라는 상징성을 갖게 됐고, 조상(彫像)의 치부를 가리는 최초의 의장(衣裝)으로 쓰여지고 있다. 잎은 우리 특유의 쌈문화를 만들어 냈다. 상추, 깨, 호박, 씀바귀, 취, 쑥갓 등의 잎에 쌈장을 곁들여 밥을 싸먹는데 이는 우리만의 독특한 식문화다. 또 깻잎이나 콩잎을 따서 깨끗이 씻은 뒤 된장이나 간장 깊숙이 넣어두었다가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 꺼내 먹는데 잎에 간이 배어 짭짤한 찬이 된다. 말린 무청인 시래기는 한겨울의 비타민과 섬유질의 공급원이 된다. 이같이 잎으로 만든 음식에는 신앙적 일면이 있는데 “김치를 먹어야 힘을 쓴다”가 그 예이다. 음력 정월 대보름날에는 복쌈을 먹었다. 취, 토란, 아주까리, 잎으로 쌈을 먹으면 풍년이 든다고 하였다. 이때의 복쌈은 볏섬을 상징한다. 즉 쌀이 입안에 가득 차듯이 볏섬이 곳간에 가득 쌓이기를 바란 것이다. 잎과 관련된 속담도 많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는데 요즘 우리 주변엔 떡잎은커녕 싹이 노란 자들이 꽤 있다. 분수를 잊고 좌충우돌하는 정치인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면 욕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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