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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君子三樂

이창식 주필

고사전(高士傳)에 이런 얘기가 있다. 영계기(營啓期)란 노인이 산기슭에 앉아 거문고를 타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그 모습이 희희낙락하였다. 공자가 그 곁을 지나다 “어르신의 즐거움은 무엇인지요”라고 물었다. 그는 세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고, 둘째는 사내로 태어난 것이며, 아흔이 넘도록 건강하게 산 것이 셋째라고 하였다. 맹자는 부모가 함께 계시고 형제가 탈 없이 사는 것이 첫째요, 하늘을 우러러봐도 부끄러움이 없고 땅을 굽어봐도 거리낌이 없는 것이 둘째이며, 천하의 영재들을 모아 교육하는 것이 삼락이라 했다. 충효를 중시한 증자는 두려워할만한 부모가 있고, 섬길만한 임금이 있으며 물려줄만한 지식이 있다는 첫째 즐거움이고, 부모가 잘못했을 때 간(諫)할 수 있고 임금이 잘못했을 때 떠날 수 있고 자식이 잘못했을 때 타이를 수 있다면 그것이 둘째 즐거움이며, 임금에게 정치를 잘하도록 가르칠 수 있고 친구가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도울 수 있다면 그것이 셋째 즐거움이라 하였다. 서거정의 ‘골계집(滑稽)’에는 이런 얘기가 있다. 삼봉 정 선생, 도은 이 선생, 양촌 권 선생이 한담을 하는 자리에서 삼봉이 먼저 말을 꺼냈다. “겨울이 당도하여 첫 눈이 흩날릴제 두터운 갑옷을 입고 말 위에 올라 앉아 들판을 달리며 사냥을 한다면 얼마나 좋겠오.” 도운은 “산사의 밝고 고요한 방 안에 앉아 탁자 위엔 향을 피워놓고 중과 함께 차를 달이면서 시구나 찾는다면 얼마나 즐겁겠오”라고 하자, 양촌은 “백설이 뜰에 가득히 내린 뒤 날이 개서 햇빛이 환하게 영창에 비칠 때 따뜻한 온돌방 윗목엔 평풍을 치고 보료 위에 누워 책이나 뒤적일제 미인이 곁에 앉아 섬섬옥수로 비단에 수를 놓다가 이따금 바늘을 멈추고 화롯불에 밤을 구워 내게 권한다면 얼마나 좋겠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가진 것 없이 일상에 쫓기는 상민들에겐 허튼 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만 옛 선비들의 안온하고 여유 있는 분위기만은 느낄 수 있다. 요즘 서민들은 하루살이가 힘겹다. 그래도 삼락을 대라고 한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경제가 좋아져서 먹고 입고 사는 것이 나아지고, 도와 주는 것이 싸움질만 하는 정치인이 없어지고, 신종플루나 끝장났으면 좋겠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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