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파워엘리트의 약진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정계에서 활약하는 여성 국가 원수나 수뇌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여성 파워엘리트의 약진은 여성이 우리 사회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여성이 블루오션이라고 할 때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훨씬 윤리적인 엘리트로 채워진 인재풀을 구성한다는 점이고, 한편으로 여성들이 지도자의 위치에 섰을 때 기존 남성들이 해내지 못한 새로운 시대적 과업을 해낸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성파워 부상은 보통여성들이 겪는 사회적 고통이 오히려 더욱 가려진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은 더 절박하다. 여성 지도자의 배출보다 더욱 진지하게 다뤄져야 할 것은 여성이 빈곤의 위험에 남성보다 훨씬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양극화 해소는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한국사회의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그런데 양극화의 가장 극단에 바로 빈곤 여성이 있다. 취업 여성 중 70%는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비정규직과 저임금 직종을 여성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남녀 평균소득 기준 소득격차가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올해 2월 취업자는 전년도에 비해 14만2천명이 줄었는데 그 대부분이 40세 미만 여성이었다. 무려 23만2천명의 39세 미만 여성이 일자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2006년 50.2%로 정점을 찍었던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지난해 다시 50% 밑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여성근로자의 2/3는 여전히 비정규직이다. 그런데 기혼 취업여성의 임금수준은 놀라울 만큼 낮다. 올해 3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남자 비정규직은 402만 명(43.2%), 여자 비정규직은 439만 명(64.9%)이다. 정규직 임금이 100일 때 비정규직 임금은 49.7이고, 남자 정규직 임금이 100일 때 여자 비정규직 임금은 39.1에 불과하다. 여전히 사회적 안전망에서 배제되어 있는 여성은 그대로 머물러 있고 여성의 빈곤화 현상은 지속되고 있고 극단적인 죽음을 택하는 여성의 숫자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양상에서 노동시장구조의 변화는 제한적이고 주로 1차 노동시장에 진입해 있는 여성의 경우로서 여성간 계층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전체에서 기혼여성과 미혼여성과의 분절, 전문직과 비전문직 여성과의 분절, 여성가구주와 남성가구주가 있는 여성가구원의 분절은 남성에 비해 여성의 열악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노동시장 분절과 자본주의적 가부장제에 의한 여성의 노동은 여성 빈곤화의 원인이고 특히 여성가구주의 빈곤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Poverty Track’으로 빈곤의 세습과 덫을 벗어나지 못하고 확대재생산 된다는 점이다. 또한 여성의 차별과 불평등을 완화시키고 사회적 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정책의 기능이 여성의 빈곤화를 단순 수혜적 수준이나 노동시장구조나 여성의 환경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학력은 매우 높지만,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다른 물적 자원개발보다 인력개발이 중요한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여성인력의 활용이 중요한 과제이다. 그리고 경력 단절을 경험한 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틈새직종과 다양한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정부기관·단체등과 연대해 여성인력을 실제 일자리에 연계시키는 정책이 요구된다.
경제위기에서 해고 1순위로 여성들이 꼽힐 정도로 여성의 고용상황이 불안정한 상태이다. 정부의 여성정책은 외적 환경의 변화에 더 취약한 소외 여성의 빈곤화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거시적으로는 안정적 일자리의 창출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도모하며, 동시에 비정규직의 지위에서 근로자로서의 법적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이 스스로의 삶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경제적 독립이다. 이를 위해 여성 스스로의 역량을 증대하는 노력과 아울러 다양한 방법론이 정책으로 확립돼야 한다. 평등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내·외적 여성의 자율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는 여성만의 힘으로 완수할 수 없다. 양성평등은 사회 전체의 구조와 체계가 재정립될 때 비로소 다가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