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던 시절 국민들은 산에 있는 나무를 땔감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강원도 등 깊은 산중을 제외하고 도시 인근의 산은 모두 황폐화됐다. 이에 따라 산에 살던 산짐승들은 더욱 깊은 산으로 쫓겨 들어가야 했다. 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이 몸에 좋다는 소문에 따라 밀렵이 성행해 야생동물들은 아예 자취를 감추게 됐다. 그런데 이제 화목을 연료로 사용하지 않고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밀렵과 입산통제를 강력히 실시함으로써 자연이 살아나고 야생동물들의 개체수가 대폭 증가했다. 다행스런 일이다.
그 중에서도 멧돼지의 개체수가 급증했다고 한다. 원래 동물의 세계는 약육강식의 세계이고 먹이사슬이 존재하는데 그 고리가 깨져버린 것이다. 멧돼지를 대적할 만한 호랑이 등의 육식동물들이 산에 사는 것이 아니라서 번식에 장애를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산중에 멧돼지의 개체수가 너무 많다보니 먹을 것을 찾아 사람들이 사는 곳에 나타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야생 멧돼지는 맹수에 가깝기 때문에 대도시 도심이나 주택가에 나타나면 경찰에 의해 사살되기도 한다. 농촌에도 자주 출몰해서 농작물을 훼손시켜놓거나 가축들을 잡아먹어서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라고 한다.
자연생태계가 살아나 야생동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나 현재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물적 인적 피해가 발생할 것은 뻔하다. 도내 도심에 올해 들어서만 25차례에 걸쳐 멧돼지가 출현했지만 실제 관리대책을 마련해 추진해야할 도와 일선 시·군은 현재까지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한다.(본보 17일자 3면 보도) 따라서 멧돼지가 출현할 경우 신고를 받은 경찰이나 소방기관, 엽사들이 나서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처리라는 것은 안타깝게도 대부분 사살이다.
정부는 우선 멧돼지의 개체수를 일정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정확한 개체수를 파악해야 한다. 아울러 피해 농가에서 멧돼지를 포획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공식 수렵 기간과 수렵장을 확대 시키는 등의 대책도 필요할 것 같다. 수렵장 이용기금으로는 농경지에 전기 철책선을 놓아 주거나 농작물 피해를 보상해주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그보다 멧돼지가 산에서 살 수 있도록 생태 환경을 조성해나가는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사실 멧돼지들의 서식 환경을 상당부분 빼앗아버린 것은 바로 인간이다. 멧돼지와 인간이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는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