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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역할(役割) 과불급(過不及)과 갈등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역할을 받게 된다. 어떤 것은 태어나면서 얻게 되는 역할이 있는가 하면 죽어서도 없어지지 않는 역할이 있다.

또 개인적인 측면에서 혹은 사회적인 측면에서 얼키고 설키며 역할은 끊임없이 생성되며 소멸되어 간다. 어느 시기에는 명확하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으나 어느 때는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방황하기도 한다.

역할과 관련한 우리의 속담 중에는 ‘허수아비도 제구실을 한다’라는 말로 아무리 무능한 사람일지라도 나름대로 역할을 한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우물에도 샘구멍이 따로 있다’라는 말로 늘 물이 차 있는 우물에도 물이 샘솟는 구멍은 따로 있어 무슨 일에서나 핵심이 되고 중요한 역할을 맡아 하는 대상은 따로 있는 것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도 있다. ‘집 안의 용마루’라는 말은 집에서 용마루가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데에서, 집안의 중심 위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라는 속담도 있다. 차지하고 있는 위치에서 자기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하는 말이다.

역할에 대한 상(像)들은 나쁘거나 좋거나, 높거나 낮거나,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거나, 크거나 작거나, 귀하거나 비천하거나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다만 역할을 이야기할 때, 이미 기대하는 바를 갖고서 역할을 바라다 보기 때문에 각자의 기대하는 수준에서 역할을 보게 된다. 이것이 서로 눈높이가 맞지 않을 때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을 사전에 막기 위해 역할에 대한 규정을 해놓기도 한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역할이 과하게 되면 오만하기 쉽고 역할이 못미치면 무능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역으로 역할이 과하게 된 원인이 있을 것이며 역할이 무능하게 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갈등에 있어서 역할에 대한 분석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과하든 못 미치든 간에 누구나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유를 잘 따라가다 보면 원인이 보이기 시작한다. 갈등을 다루다 보면 외적으로 보여지는 명분과 내적으로 갖는 실리 사이에서 분명하게 정리되지 못 한 것들이 역할의 과불급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개원한지 얼마 안되는 병원을 조직사례에서 다룬 적이 있다. 조직의 대표와 중간관리자, 직원들 각자의 역할 속에서 분석을 해보고 역할 모델을 해보았다.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크지 않았으며 다른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로의 기대가 큰 것에 대해서 상대방은 부담을 느끼게 되고 다른 측면으로는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했다.

이는 대표, 중간관리자, 직원 사이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비슷하게 느끼는 정서였다. 이 사례에서는 개원에 따른 많은 재정적 부담이 중간관리자와 직원들에게 과도한 역할로 이어져 개원한 병원의 서비스 질과 이미지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내용과 함께 대표의 경영에 대한 변화와 직원 간의 공유가 필요함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 병원이 지금 잘 운영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우선 이 병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의 핵심을 대표가 쥐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가 갈등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고 경영형태의 변화를 꾀하지 않는 한 중간관리자나 직원들이 가질 수 있는 갈등은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변화가 없다면 병원의 미래도 없다는 것이다.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은 역할의 과불급을 잘 조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소통의 채널을 갖고 있어야 하며 역할에 대한 건강한 견제(제도)가 필요하기도 하다.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이러한 문제들은 항상 일어날 수 있는 구조를 이미 생태적으로 갖고 있다. 역할을 잘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어렵지도 않다. 현대과학과 정신과학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모 교수님은 사적인 자리에서 ‘우리가 태어난 것은 원하든 원하지 않던 주어진 역할을 충실이 하는 것인데 충실히 하지 못하면 다시, 또 다시를 반복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업보를 소멸하기보다 악연의 업보를 짖는다’고 말씀하시며 현재 자신의 역할에 충실히 하라는 말씀으로 좌중을 숙연하게 했다.

요사이 우리들을 고민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는 것들과 일부 국가운영의 ‘역할’을 맡은 분들의 생각이 너무 다른 것에 실망하거나 분노하거나 걱정하는 이들이 늘어간다는 것이다.

역할은 끊나면 그만이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누군가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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