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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단상] 고려장(高麗葬)은 설화(說話)

 

며칠전 수원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효원공원에서 몇 시간을 보냈다.

천년을 산다는 은행나무가 무엇이 그리 바쁜지 노란 잎이 앞다퉈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공원 중앙은 인자한 어머니 조각상이 자리 잡고 곳곳에 효성에 관한 글귀가 붙어 있다. 효(孝)를 파자(跛字)해 보면 자식이 노인을 업고 있다는 뜻이 된다. ‘나뭇가지는 가만히 있으려 하나, 바람은 그냥 두질 않고, 자식은 부모를 모시려 하나, 세월은 기다리지 않는구나’ 공원 전체의 통일된 개념이 ‘효도’였다.

공원 곳곳에 가족단위 인파들이 가을 끝자락과 작별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았다. 그런데 공원 한 귀퉁이 벤치에서 부모와 자식이 상상도 하기 싫은 말로 언성을 높이며 다투고 있었다. 효도를 강조하는 공원에서 이 무슨 불효스러운 작태?

그러고 보면 ‘효도’란 사람 사는데 지극히 당연한 도리지만, 강요할 수 없는 단어가 되었구나... 문득 고려장(高麗葬)이란 어두운 풍습이 떠 올랐다. 의문이 계속됐다.

고구려 시대에도 망자(亡子)가 저승의 행복을 누리기 바라는 마음에 벽화까지 그려 놓았던 거룩한 심성의 조상들인데... 그리고 고려시대만 보더라도 가장 성한 불교와 유교사상의 밑바탕이 효도인데... 고려장, 그냥 설화(說話)쯤으로 믿고 싶었다.

역사에도 정사(正史)와 야사(野史)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 서로 다툼하지 않는가?

충격적인 이야기가 있다. 얼마전 모 역사학자가 “문익점은 목화씨를 붓 대롱 속에 몰래 들여 왔다”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사실을 오류라고 반박했다. 근거는 당시 중국에서 외국으로 반출되는 금지품목에 화약, 지도, 안료 등은 엄격하게 취급했지만 목화씨는 아니라고 했다.

그냥 얻어 온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에 그럴 수 있구나 하면서 모호한 역사의 해석에 어느 말을 믿어야 할지 혼란이 왔다.

다시 고려장에 얽힌 이야기로 돌아가자. 고려장을 하려고 아들이 어머니를 업고, 깊숙한 산으로 들어가는데, 노모가 구비마다 소나무를 꺾어서 흔적을 남기더란다.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올 때 표식을 위한 것으로 알았는데, “애비야,내가 중간중간 길잡이 해 놓았으니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거라.” 무슨 말이 필요할까? 맞다! 사랑은 내리 사랑이지 치사랑은 아니다.

고려장을 설화로 믿고 싶은 근거도 있다. 조선시대에도 아버지가 50에 이르면 가장(家杖)이라는 지팡이를 가족들이 선물하고, 60이 되면 마을에서 향장(鄕杖)을, 그리고 70이면 국장(國杖)을 나라에서, 80에는 임금이 조장(朝杖)을 드리는 걸 제도화한 기록이 있다.

이처럼 효 정신이 면면이 이어져 온 우리민족인데, 아랫물을 보면 윗물을 짐작할 수 있는 법이다.

가끔 사람은 자기 스스로를 존대해야 한다. 존대에서 파생되는 자존심은 타인들로부터 의젓함으로 대접을 받는다. 고려장은 풍습이 아니다.

사성(賜姓) 김해(金海) 김씨라고 불리는 가문이 있다. 기존의 김해 김씨와는 완전히 별개다. 한국이름은 김충선(金忠善), 또 다른 이름은 사야가(沙也哥),임진왜란때 왜장이었지만 하루만에 명분없는 참전을 거부하고 항복한 인물이다. “제가 귀화하려함은 지혜가 모자라서도 힘이 모자라서도 아니며, 용기가 없어서도 아니고 무기가 날카롭지 않아서도 아닙니다. 다만 저의 소원은 예의가 바른 나라에서 성인(聖人)의 백성이 되고자 할 뿐입니다.”‘예의 바른 나라’ 이 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하루만에 무엇을 보고 느껴서... 노인을 지게에 모시고 다니는 청년들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짧은 장면이 사람의 굳건한 의지를 변화시킬 수 있다.

연세 많은 분들은 모든 범죄를 예방하는데 효도·효성이 최상이라고 말한다. 누군들 조상과 부모의 이름에 먹칠하고 싶은 자식이 어디 있을까?

이런 주장을 하는 분들을 대부분 연세가 지긋한 노인들일 수 있다. 당신 스스로가 대접받기 위한 억지라고 말할지 몰라도, 나이가 들어 높은 곳에서 관조(觀照)를 하면 사위(四圍)가 모두 환하게 보이는 법이다.

어쨌든 나는 지금부터 고려장은 설화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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