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96년 OECD에 가입한 지 13년 만에 ‘선진국 중의 선진국 모임’이라는 개발원조위원회(DAC)의 24번째 회원국으로 26일 정식 가입했다. 이로써 1961년 OECD 출범 이후 최빈국으로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지위가 바뀐 최초 사례로 기록됐다. 1997년 외환위기로 IMF 관리체제에 들어가면서 OECD 가입을 두고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 것 아니냐?’라는 자조적인 이야기가 나왔던 것을 되돌아보면 감회가 새롭다.
김중수 주OECD 대사는 DAC 회원국 가입절차가 마무리되고 나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한국이 선진 원조공여국 그룹에 공식 진입했다는 의미”라며 “우리나라는 OECD의 진정한 회원국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확대함으로써 나라의 위상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세계 첫 기록을 수립함으로써 전 세계 개발도상국들이 우리나라를 성공적인 발전모델로 삼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진정한 원조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원조 규모와 대상 국가를 크게 늘려나가야 한다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가 해방 이후 세계은행의 원조 대상국 지위를 탈피한 1995년까지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원조는 127억 달러로,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600억 달러(70조원)에 이르지만, 지금까지 제공한 원조액은 총 48억 달러 가량 된다고 하니 받은 것만큼만 되돌려준다 해도 아직 멀었다.
하지만, 원조 확대에 대한 우리 국민의 생각이 썩 우호적이지 않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어 정부로서는 차분하게, 단계적인 원조 확대 방안을 마련해 국민의 지지를 얻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리나라는 정부개발원조에서 원조공여국이 자국 물품이나 업체를 사용 또는 참여토록 하는 ‘구속성 원조’의 비율이 높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2007년 DAC 회원국의 구속성 원조비율이 13%에 그친 데 비해 우리나라는 75%나 됐다고 한다. 진정성이 깃든 원조로 믿음을 주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어떤 학자는 선진국 도약에 대한 강박관념이 우리처럼 강한 나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제 DAC 가입으로 우리도 국격이 향상돼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대접받는 길을 열었다는 데 자부심을 느껴도 된다. 다만, 도덕성과 법질서 의식, 문화 수준 등 모든 면에서 선진국의 국격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