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도지사 집무실을 방문한 필자는 비서실에 놓여 있는 퀘퀘묵은 소파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지사 집무실에는 평범하게 보이는 커다란 원탁과 몇 칸 안되는 자그마한 소파가 전부였다. 청내 국장급 이상 간부들이 다 모이면 집무실이 답답할 정도였다. 벽쪽에 설치되어 있는 현황판 말고는 거의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 이곳이 1천만명이 넘는 경기도민을 대표하는 집무실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나비축제로 유명한 이석형 함평군수는 최근 출판한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자치단체 CEO’라는 책자에서 “단체장을 세번째 하고 있지만 관사든 군수실이든 도배를 다시 하거나 사무실에 카펫을 새롭게 깔아 본적이 없다”고 쓰고 있다. 그는 또 “내 살림을 한다고 생각하면 호화 청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호화 청사, 호화 개청식 등의 비난을 받는 성남시 신청사의 시장실 면적이 경기도지사실보다 무려 48㎡가 넓은 282㎡로 교실 4개 크기에 달한다고 하니 입을 떡 벌어질 지경이다. 이는 호화 청사 논란의 대명사격인 용인시 292㎡보다 조금 미치지 못하지만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자치단체장 집무실 기준면적 165.3㎡를 크게 초과하고 있다.
초호화 집무실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송명호 평택시장이 수년간 집무실을 쪼개 사용해 오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2004년 6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송 시장은 시청 2층에 있는 시장실의 축소를 지시했다. 당초 100㎡였던 시장 집무실의 절반가량인 49㎡를 떼어내 열린 회의실로 꾸몄다. 회의실은 올해 초 쌍용차 사태가 터지며 지역경제 침체가 우려되자 이곳에 ‘민생안정대책 36524본부’ 사무실이 들어서 8개월여간 운영됐고 쌍용차 사태가 종료된 지난달부터는 지역 학생들을 돕는 애향장학회가 사용하고 있다.
침실과 샤워실, 전용 엘리베이터 등을 갖춘 성남시의 호화 시장실이 민원인과 동떨어진 꼭대기층에 위치한 반면 평택시장 집무실은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중앙정부가 자치단체 청사면적까지 규제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치단체의 책임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