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물에는 이름이 있다. 사람의 이름은 남이 지었거나 자기가 지은 것 중 하나지만 동·식물과 사물에 관한 이름은 모두 인간이 자의적으로 명명(命名)한 것이다. 잠언 22:1은 “이름은 큰 재산보다 값지고, 명성은 은이나 금보다 낫다.” 했고, 죤.F.카네디는 “원수를 용서하라. 그러나 그들의 이름은 결코 잊지 마라.”고 했다. 우리 속담에도 이름과 관계되는 것이 더러 있다. “체(體) 보고 옷 짓고, 꼴 보고 이름 짓는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이름을 중시한 속담이다. 요새 먹을거리 가운데 구미를 당기는 것이 명태(明太)다. 그런데 명태는 별칭이 많기로 으뜸가는 생선이다. 정해종 시인의 ‘명태’를 인용해 보자. “명태 한 마리가 죽어서 시장에 가면 생태(生太)가 되고, 백사장 바닷바람을 맞으면 코다리가 되고, 진부령 덕장으로 가면 황태(黃太)가 되고, 냉동창고에 누우면 동태(凍太)가 되고, 처마 끝에 걸리면 북어(北魚)가 된다. 국이 탕이 되고, 찌개가 되고, 찜이 되고, 고단한 뱃사람들의 술안주가 되고, 속풀이가 되고, 밥상에 모인 가난한 일가의 저녁거리가 되고 내가 살아서 누구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되지 못하고 내가 죽어서 한 끼 밥 같은 그리움이 되지 못한다면 다음 세상에선 되도록 한반도 근해를 헤엄치는 살오른 명태로 태어나리라.” 이 시에 나오는 이름만도 여섯 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북어의 다른 말로 건태(乾太), 등에 지고 다니는 물고기라 해서 태어, 강원도 앞바다에서 잡힌다해서 강태(江太), 이름 없는 고기라하여 무태어(無泰魚), 큰 명태는 왕태(王太), 맨 끝물에 잡힌 것을 막물태라고 부른다. 명태 알로 담근 젓을 명란젓, 완전히 여문 명태 알은 고운알, 숫컷의 이리를 고지, 암컷의 쌍으로 된 알주머니는 자태, 뱃속에 이리나 알이 없어서 홀쭉한 것을 홀태, 알이 통통밴 암컷은 알배기, 수컷은 이리박이 라고 한다. 명태는 머리부터 꽁지까지 모조리 먹는다. 명천(明川)에 사는 태씨(太氏)가 끓인 국에서 비롯된 명태지만, 우리 민족과는 너무 친숙한 바닷고기이니 민태(民太)라는 이름을 하나 더 달아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