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대학교 차기 총학생회장 선거가 투·개표 시비에 그치지 않고, 투표함 탈취라는 볼썽 사나운 사태로 번져 듣는 이, 보는 이의 귀와 눈을 어지럽히고 있다.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용인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달 24일 기호 1번 A후보와 기호 2번 B후보를 놓고 선관위(11명) 주관으로 총학생회장 선거를 치렀다. 절차에 따라 26일 개표에 들어 갔는데 첫 번째 투표함 개봉 결과 489표 가운데 1번이 486표, 2번이 3표밖에 나오지 않자, 2번 후보 참관인측이 이의를 제기하는 바람에 개표가 중단되고, 투표함은 학생회관 3층 성폭력 상담실에 보관하는 선거 파행사태가 벌어졌다. 선거란 승리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투·개표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얼마든지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선관위는 공정한 투·개표를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 용인대의 경우 이같은 기본 룰을 지키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선거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를 저지르고 말았다.
지난 1일 이번 선거를 총괄한 선관위원장 W씨를 비롯한 11명이 투표함이 보관되어 있는 사무실의 시건장치를 부수고, 투표함 6개를 탈취해 달아났다가 경찰이 수사망을 압축하자 8명이 자수해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학교측에 두 후보의 후보자격을 박탈하고 선거를 무효처리 했으니 투표함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학교측이 수락하지 않아 탈취했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어이 없는 일이다. 첫 개표함 결과를 가지고 “투표함이 바뀌었다”며 개표 중단을 요구한 것이나, 개표 조작을 입증하기 위해 170명으로부터 2번 후보를 찍었다는 투표 확인서를 받았다는 사실은 일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비밀투표란 투표권자의 선택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인데 확인서를 쓰고 받았다면 공개투표와 뭐가 다른가. 이보다 더 절망적인 것은 선관위원들이 투표함을 탈취했다는 사실이다. 어떤 선거든 투·개표에 문제가 생기면 선거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투표함을 보관하는 것은 철칙이다. 그런데 선관위원들이 투표함을 탈취했으니, 이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라고 해도 할말이 없을 것 같다.
건국 초기의 우리나라 선거 문화는 야만적이었다. 1960년 3월 15일에 실시된 대통령 선거는 대표적인 부정선거였다. 이 부정선거를 혁파하고 이 땅에 민주주의의 씨앗을 심은 것이 누구인가. 바로 4.19혁명의 주역인 애국 대학생들이었다. 그들은 선거 정의(正義)를 바로 세우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학내 선거도 선거다. 용인대 학생들은 선배 보기가 부끄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