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자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아동 성범죄자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유기징역의 상한을 최대 50년으로 연장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조두순 사건 후 성범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의 법 감정을 수용한 것이다.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해 영구 장애를 일으킨 조두순 같은 흉악범이 징역 12년을 마친 후 아무렇지 않게 거리를 다시 활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 2일 열린 당정회의에서 아동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현행 15년인 아동 성범죄 유기징역 상한을 30년으로 하되 가중처벌시 50년까지 연장, 음주 상태의 아동 성범죄 감형 금지, 피해자 동의 없이도 검찰 기소 등 성범죄 대책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야당과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극약 처방에 가까울 정도 강력한 대책이다. 국민 전체의 법 감정과 상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수원지법 재판부도 이날 여덟 살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해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제2의 조두순 윤모씨에 대해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석방 후에는 7년 간 위치 추적 전자발찌를 착용토록 하고, 5년 간 신상 정보를 공개토록 명령했다. 모두 성범죄에 대한 단호한 처벌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경찰청 범죄 통계 자료를 보면 아동 성범죄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거나 아니면 아예 처벌받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2007년의 경우 형이 확정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1천839건 중 무려 42%가 벌금형이었고, 30%는 집행유예에 그쳤다.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강간범 중 집예유예를 선고받은 비율은 23%였고, 13세 미만 강제추행은 무려 48%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피해 아동이 진술시 논리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증거불충분으로 범인이 풀려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사회적 공분에 편승한 대증요법만으로 성범죄를 근절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범죄에 우선해 예외적으로 형량을 늘리고 처벌을 강화하는 엄벌주의가 당장 성범죄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다른 범죄와의 양형상 균형을 깨뜨리는 데 대한 논란도 무시할 수 없다. 조두순 사건의 교훈이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일회성 전시 행사로 끝나서는 안된다. 장기적으로 아동 성범죄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사회적 안전의 수준을 높이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피해 아동과 가족에 대한 보호정책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