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버스와 함께 서민의 발이다. 그리고 그 택시를 모는 기사들 역시 서민들이다. 그래서 택시를 타고 기사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요즘 택시기사들의 아우성이 하늘을 찌를 정도이다. IMF때 보다 손님이 더 없다는 것이다. 그건 그렇다. 최근 역이나 각 백화점 등 택시 정류장을 보면 빈차들이 수십 대씩 꼬리를 물고 서있다. 어떤 택시는 아예 시동을 꺼놓고 있을 정도다.
이는 몇 년째 이어오는 경기불황이 겹친 데다 신종플루까지 가세한 결과다. 여기에 최근 두 달 연속 인상된 LPG 값으로 인해 택시 업계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올해 신종플루가 퍼지면서 시민들이 대중교통 이용을 회피하고 있는데다가 회사의 연말회식도 자제하는 분위기여서 도로가 한산해지고 있다는 것이다.(본보 7일자 6면 보도) 한 법인 택시기사는 회사 사납금을 내고나면 남는 게 고작 1만원 정도이며 사납금마저도 못 채우는 기사들이 많다고 했다. 그의 한 달 실수입은 50만원 정도라니 생활이 안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는 기사도 있을 정도란다.
두 달 연속 인상된 LPG 값도 치명적이다. 한 개인택시 기사는 오전 6시30분에 나와 밤 11시까지 꼬박 일하지만 집에 가져가는 금액은 4만~5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하루 평균 수입은 11만원 정도이지만 LPG 값만 5만~6만원에 달해 남는 게 없다는 푸념이다. 방법은 택시 LPG특소세를 폐지하거나 대폭 인하하는 것이다. 특소세라고 하는 것은 사치성 물품, 즉 특정 물품이나 특정 장소에 입장하는 것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그러나 택시는 준공익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택시를 운전하는 기사들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빈곤층인 것이다.
몇 년 전 택시 기사 한 사람이 청와대 앞에서 분신자살을 한 일이 있다.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입으로 살 수 없어서 분신이라는 극한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뉴스 검색을 해보면 유독 택시기사들의 분신이 많이 눈에 띈다. 택시 기사들은 자조적으로 자신들을 ‘도시의 막장신세’라고 비하한다. 거의 대부분 위장병 등 질병을 앓고 있으며 크고 작은 빚에 시달려 신용불량자 신세로 몰리고 있단다. 정부는 이들에게 입으로만 ‘시민의 발’ 운운할 것이 아니라 최저의 생활이라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현재로서는 가장 필요한 게 택시 LPG 가격을 인하하거나 특소세를 폐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