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차렸다는 요리상에는 어김 없이 등 꼬부러진 새우가 등장한다. 붉으스름한 큰 새우를 대하(大蝦)라 하고, 중질은 중하, 아주 작은 것은 소하라 부른다. 대하는 비교적 깊은 바다에서 잡히는데다 많이 잡히지 않아 값이 호되다. 요리상에 새우 요리를 올리는 것은 새우처럼 등이 꼬부러질 때까지 오래 살라는 뜻도 있다. 하지만 요즘 노년층은 별로 즐겨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콜레스테롤이 많다해서다. 일본의 동양사 연구가이면서 평론가인 야스오카 마사히로(安岡正篤)씨는 그의 저서 ‘운명을 만든다’에서 새우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식물은 가을이 되면 씨앗을 토해 내고 잎을 떨군다. 겨울잠을 자기 위해서다. 그러나 새우는 가을에도 껍질을 벗는다. 껍질이 딱딱해져서 자신의 몸이 경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젊은이는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미래를 책임질 동량이다. 그런데 현대 젊은이들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다. 젊어서 한창 일할 때인데 쓸모가 없게 된 것을 약후(若朽) 현상이라고 말한다. 새우처럼 경직을 스스로 방지하지 못하면 자초한 경직 때문에 할 일도 못하고 폐기처분 당한다는 경고의 뜻이다. 인간은 웬만한 처지가 되면 평안한 쪽을 택한다. 그 결과 값싼 사상, 안일한 생활, 천박한 타락에 빠지게 된다. 미물에 지나지 않는 새우도 유연성을 보존하기 위해 껍질을 벗는데 만물의 영장임을 자초하는 인간이 경직을 겁내지 않는다면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현대인은 신체적으로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동맥경화에 걸려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경직되면 몸만 경직되는 것이 아니라 능력·정신·인격까지 경직된다.
그러나 껍질을 벗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회사에는 경쟁이라는 껍질, 공직사회에는 청렴의 껍질, 학자에게는 새로운 지식을 개발해야할 두꺼운 껍질이 기다리고 있다. 아무튼 껍질을 벗어 던지지 못하면 결국은 노후(老朽)가 아니라 약후하고 만다. 주희는 말한다. “젊은이는 곧 늙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 아무리 짧은 시간도 소홀히 하지 말라.” 벗는 것은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