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시·군에서는 불우 이웃돕기 기금 마련의 하나로, 폐휴대폰 수집운동을 펼친 바 있다. 그런데 안산시의 경우 시민과 각급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준 데 힘입어 예상밖의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안산시는 지난 10월부터 폐휴대폰 수집 목표를 3만3000대로 잡고 거시적인 수집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 초기만해도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 의문이 없지 않았는데 두 달만에 4만811대가 모아져 목표 대비 124%의 대성과를 올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3사 가입자는 12월 현재 3천800만명, 사용 대수는 4천775만대에 달한다. 이미 1인 1대 시대가 된 것이다. 이토록 수요가 늘면서 다른 한 쪽에선 쓰지 않거나 쓸 수 없게 된 이른 바 ‘장롱폰’이 늘게 마련인데 그 숫자는 수백만대가 될지 모른다. 폐휴대폰 모으기 운동을 해야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폐휴대폰 한 대 안에는 평균 금 0.0034g, 은 0.2g, 구리 10.58g이 들어 있다. 이 귀금속을 분리 추출해 팔면 1천여원의 돈이 된다. 이런 사정을 안다고 해도 개인이 처리할 수는 없고, 딱히 사주는 점포도 없으니까 본의던 본의 아니던 설합이나 장롱 속에 처박아 둘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결국 폐휴대폰은 그냥 방치하거나 내다버리면 쓰레기 또는 공해 물질로 전락하지만 도시자원화하면 큰 돈이 되는 귀한 물건이다.
안산시의 경우 수집한 폐휴대폰 4만811대에서 금·은·동의 귀금속을 뽑아내 환전(換錢)하면 금이 1.353㎏로 5천630만원, 은이 7.96㎏로 2천968만원, 구리가 418.01㎏로 2천354만원으로 도합 1억952만원이 된다.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닌가.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IT강국이다. 그래서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도 휴대폰을 먼저 쓸 수 있었고, 그 혜택도 적지 않다.
그러나 분에 넘치는 풍요 속에 살다 보니까 귀한 줄 모르고 마치 장난감처럼 다루는 경향까지 생겨났다. 특히 얼마든지 더 쓸 수 있는 데도 신형 모델이 나올 때마다 바꾸거나, 멀쩡한 휴대폰에 실증을 내고 새것으로 바꾸는 낭비는 자원을 아끼고 어려운 경제를 돕기 위해서라도 삼가야 할 일이다. 그러나 기왕에 발생한 폐휴대폰을 모아 거액의 이웃돕기 기금을 마련한 것은 썩 잘 한 일이다. 해마다 연말에 이웃돕기 운동의 하나로 되풀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