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동짓달 초하루(16일)다. 동짓달은 중동(仲冬) 또는 지월(至月)이라고도 하는데 중동이란 이 달이 겨울 복판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고, 동짓달과 지월은 이 달에 동지가 들어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동지는 북반구에서는 연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다. 또 태양이 이 날부터 북상을 시작하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동짓날(22일)을 ‘작은설’ 또는 아세(亞歲)라고도 하였다. 동짓날 민간에서는 악귀를 쫓아 내기 위해 뱀사 ‘巳’ 자를 백지에 써서 벽이나 기둥에 거꾸로 붙였고, 시절 음식이자 귀신 쫓는 기능이 있다고 믿는 동지 팥죽을 쒀서 먹었다.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 에 보면 공공씨(共工氏)의 망나니 자식이 동짓날에 죽어 역신(疫神)이 되었는데 살아 생전에 팥을 무서워했다고 한다. 그 역신을 쫓기 위해 쑨 것이 동지 팥죽으로 전래된 것이다. 동짓날에 눈이 많이 오고 추우면 이듬해 농사가 풍년이고, 날씨가 따뜻하면 이듬해에 질병이 많아져 사람이 많이 죽는다고 했다. 기왕이면 동짓날에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워 내년에 풍년이 들고, 요즘 극성 부리는 신종플루가 종식될 수 있다면 오죽 좋을까. 조선 말기 도학자 이항로의 제자들은 동짓달과 복패의 의미를, 악이 극성을 부리다가 쇠퇴함과 동시에 극도로 침체되었던 선(善)이 되살아나 활력을 얻기 시작하는 형상으로 파악했다고 한다. 아마도 일제의 반문명적 침략으로 침체된 극한의 국면에서 반전해 활력을 되찾는 희망의 근거로 해석하지 않았을까 싶다. “동지 섣달 긴긴 밤에 앉았으니 임이 오나, 누웠으니 임 오나. 기름불을 벗을 삼고, 담뱃대를 일을 삼고, 밤새도록 아니 자도 임도 잠도 아니 오네.” 경북 의성 지방의 민요 한 구절이다. 동짓달 기나긴 밤이 가져다 주는 고독의 이미지는 현대 시에서도 나타난다. “내 마음 속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키어 가네.” 서정주의 시 ‘동천(冬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