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잡이하던 어부가 기총사격을 당하여 팔뚝이 관통을 당하고 엄마 따라 조개 채취하러 바다로 갔던 12살 먹은 소녀가 폭탄의 파편에 다리가 잘려 나가고 굴을 따던 임신 8개월의 산모가 포탄에 명중되어 즉사하는 참상이 매향리 땅에서 50년 간 자행된 것입니다.(중략) 폭격장이 설치된 이후, 160여 세대의 주민 가운데 19명이 원인 모를 자살을 했습니다.” 1990년 1월 18일 폭음피해주민대책위원장 전만규 씨의 법정 최후 진술 중 일부로서 이 글을 읽다보면 분노와 슬픔, 연민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매향리 사격장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부터 지난 2005년까지 54년간 미 공군 사격장으로 사용됐다. 이곳의 자연지명은 고온리, 또는 고로니인데 미군들은 쿠니라고 읽고 있다. 쿠니사격장에서는 평일 하루 평균 11시간 씩 전투기의 기총사격과 폭탄투하 훈련이 실시됐다. 오폭사고로 주민 11명이 숨지고 소음피해를 겪은 주민도 4천여명이다. 이 때문에 지난 1980년대부터 사격장이 폐쇄될 때까지 주민과 주민들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학생들과의 마찰이 극심했다. 결국 주민들의 적극적인 투쟁으로 쿠니사격장은 폐쇄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곳에는 평화·생태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화성시가 수립한 매향리 평화공원 조성사업은 매향리 사격장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총 2천18억원을 투입해 97만3천㎡부지에 공원 60%, 레저시설 40%로 평화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이었으나 정부가 레저시설에 대한 국고지원이 불가하다고 밝히면서 암초에 부딪혔다. 이에 화성시는 부족한 국비를 더 확보하고자 공원 60%, 레저시설 40%이던 계획을 100% 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그러면서 공원 목적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양레저와 관련된 공원조성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한다. 이로 인해 조성사업은 장기 지연위기에 놓인 채 현재까지 표류되고 있다는 것이다.(본보 16일자 15면 보도)
안타까운 일이다. 매향리 평화·생태공원은 매향리의 역사교육 체험공간이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가치 있는 사업이다. 따라서 국비지원을 대폭 늘려야 하며 국방부는 갯벌과 바다 속, 농섬에 남아 있는 폭발물의 잔해를 수거해야 한다. 사격장이 들어선 이후 생명의 위협과 소음, 폭발 여파 등으로 인한 주택 파괴, 난청현상, 환경 및 연안어장 파괴 등 경제적 어려움까지 감수해 온 지역 주민들을 생각하면 지원에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