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쪼달리는 서민들의 마음을 한껏 부풀게 했던 미소금융이 ‘그림의 떡’으로 전락할지도 모르겠다. 지난주부터 대출업무를 시작한 미소금융재단들에는 상담과 대출을 받으려는 신청자들로 연일 북적거리고 있다. 기대에 부풀어 상담창구를 찾았던 신청자들이 고개를 떨구고 돌아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재단이 제시하는 대출 신청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원시 팔달문시장에서 지난 16일부터 대출업무를 시작한 삼성미소금융재단에는 매일 약 1천 통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지난주 사흘 동안 방문객 수는 1천140명, 이 중 1천35명이 상담을 받았다. 밀려드는 상담자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던 삼성재단은 상담 직원을 급히 늘리기도 했다.
서울 을지로3가에 둥지를 튼 우리미소금융재단 사무실에는 21일 오전 10시 현재 40여명의 신청자들이 다녀갔다. 문을 연 지난 17일에는 120명이 방문한 데 이어 18일에는 230명이 상담을 받고 돌아갔다. 미소금융중앙재단 측은 “삼성미소재단과 지난주 후반부터 대출 신청을 받은 우리·국민·신한은행 재단을 포함하면 18일까지 1천736명이 방문했고, 1천631명이 상담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당수 방문객은 대출자격이나 대출금액 등 조건이 맞지 않아 상담을 받고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식당을 운영한다는 김모(57)씨는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 을지로 미소금융재단 사무실을 찾았다가 발길을 되돌리고 말았다. 세금을 내지 못해 집이 압류될 처지에 놓여 운영자금이라도 받아볼까 했으나 집을 소유하고 있어 대출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4~5년 전 연체된 카드빚에 발목을 잡혀 대출신청을 할 수 없는 사례도 있다.
상당수 신청자들은 전화나 현장 상담 인력이 너무 적은 데다 대출 기준과 자격 요건에 대한 홍보도 미흡하며 기준과 요건이 너무 까다롭다고 지적한다. 미소금융 지원은 대도시와 기타지역에 실거래가 기준으로 각각 1억3천500만원, 8천500만원 이상의 아파트 등을 소유한 사람은 받을 수 없다. 카드나 대출 등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미소금융 대출을 받으려면 신용등급이 7~10등급으로 낮아야 한다.
모처럼 서민들의 자금줄이 되어줄 것으로 한껏 기대를 모았던 미소금융이 본래의 취지를 살리는 창구가 되었으면 한다. 서민들이 연체 등으로 자금 확보가 어려워 미소금융을 찾는 만큼 대출기준을 지금보다 완화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