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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작(始)과 끝(終)의 송년모임

 

어느덧 한해를 마무리 하는 12월 끄트머리로 향한다. 다들 동분서주 바쁘다는 이유로 서로를 지나친다. 한 해 시작에서 다짐했던 결기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그러지고 흩어진다. 앞뒤 주변을 살필 때 쯤 살아온 결과는 자신에 대한 성공이나 질책으로 돌아온다. 대부분의 사람이 겪었을 작심삼일의 낭패를, 어떤 이들은 작심일년의 결과물로 남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개인도 이러한데 조직이나 좀 더 큰 사회체계로 들어가 보면, 결실의 실체에 대해 목을 매고 과중한 업무와 인간관계는 갈등을 만들기 십상이다. 어쩌면 세상살이의 결과물이 보여지는 형태로서 평가하려는 경향이 짙으며, 가려져 있거나 드러나지 않은 것, 진행과정의 인정되지 않음은 ‘유종의 미’를 외치는 연말에 사람들을 초조함으로 내몬다.

작심삼일을 좀 더 확대해서 ‘작심한달’이나 작심일년, 혹은 작심십년 이렇게 이어간다면 아마도 세상사람들은 원하는 모든 것을 얻었을 것이다. 결과로 세상은 너무 심심하고 재미 없었을 것이다. 생각한대로 모든 것이 이뤄진다면 끔찍한 결과가 생겨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다(終則有始)’, ‘시작부터 끝가지 변함없이 한결 같아야 한다(始終如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始終一貫)’ 등 우리의 문화 속에는 시작과 끝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있다.

‘시작과 끝을 둘이 아닌 하나’로 보는 생각은 거슬러 올라가면 ‘하나는 그 비롯된 시초를 알 수 없으니, 곧 없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라는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로 시작하여 ‘하나로 끝마치나 무로 마치는 하나의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로 맺음 하는 우리 민족의 경전인 ‘천부경’에도 잘 녹아져 있다.

시작과 끝을 잘 맺기(節) 위해서는 그칠 때 그치고 나갈 때 나가야 하며(時止時行), 절도 있게 맞추는 중절(中節)을 잘 해야 하며, 중절(中節)을 잘하기 위해서는 언어를 삼가며 음식을 절제해야 한다.(愼言語 節飮食) 이의 결과물로 바르게 기르는 양정(養正)을 이야기하며 몸도 바르게 하고 마음도 바르게 한다고 옛 문헌들은 전해 준다.

거슬러 올라가 작년에는 많은 시민들이 길거리로 나와 촛불을 밝히며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자 하고 올해는 여럿의 의견보다 정부의 입장을 줄곳 이야기하는 모양새였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두 분을 보내 드리기도 했으며 여러 분야의 갈등도 고조되었다. 내년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면서 걱정되는 한 해이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끌다가 화를 자초한 경우는 역사에 비일비재하다. 모난 것은 모난 대로 삐뚤어진 것은 삐뚤어진대로, 바른 것은 바르게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의 역할을 하며 발전할 수 있고 서로를 보며 자기를 반성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너무 한쪽의 모양만을 강조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모두 같으면 세상은 무미건조하다. 세상 자체가 ‘갈등의 바다’가 아닌가? 갈등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면 성숙해질 가능성이 높으며, 갈등을 부정적으로 만 본다면 주변은 온통 싸움 투성일 것이다.

갈등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이 열려 있을 때 성장의 잠재력은 예상을 뛰어넘어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둔다. 이는 개인들의 생각과 열정과 힘이 녹아 함께하기 때문이다. 이때 부정의 힘은 기존의 좋은 생각, 훌륭한 가치들을 깍아 내리기 시작하며, 이 과정에서 처음 시작의 큰 꿈과 비젼은 조각나기 쉬워 처음의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당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며 ‘나’를 되새겨 보다.

지난주 함께 공부해온 모임의 조촐한 송년모임에 다녀왔다. 20명 남짓한 사람들은 나이도 성별도 해 온 일도 모두 다르지만 1년 넘게 지속되어온 공부를 통해 자신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어떤 바람을 갖고 있는지 진솔하게 느낌을 나누었다. 소박하게 마련된 음식과 술이 함께하고 기분 좋게 취하는 모임이었다. 송년모임이라기보다 모임을 통한 사람살이 공부를 한 기분 좋은 날이었다. 조용한 그러나 자기를 들어내 객관적으로 보게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조용히 마무리하며 다시 시작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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