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돈줄을 쥐고 있으니 항상 지배적 위치에 서게 된다. 금융권 돈을 빌리려는 고객은 있는 재산 없는 재산 다 담보로 잡히고 불안한 나날 속에 살아 간다. 은행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은 급하게 신용카드를 이용한다. 신용카드 이자는 하늘을 찌를 정도다. 결국에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히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이 신용카드회사들이 또 일을 냈다. 고객들로부터 부당이자를 징수해 왔다는 것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KB, 신한, 삼성, 현대, 외환, 롯데, 하나 등 7개 주요 카드사는 다음 달까지 부당징수 이자 64억원을 고객들에게 반환할 예정이다. 카드사별 중복 고객을 감안해도 피해 고객이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KB카드는 30일 카드론(17억원)과 현금서비스(8억원) 이용고객으로부터 징수한 초과이자 약 25억 원으로 돌려줄 계획이다. 삼성카드(15억원. 이하 초과징수 이자)와 신한카드(11억원), 현대카드(6억9천만원), 외환카드(3억2천만원), 롯데카드(2억원), 하나카드(6천만원)는 내달 중 초과징수 이자를 반환할 계획이다.
은행과 보험, 캐피털, 저축은행 등을 합칠 경우 금융권 전체적으로 부당징수 이자가 100억원에 육박하고 피해 고객도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당 징수한 이자를 돌려준다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대부업법은 지난 4월22일 개정됐다. 각종 수수료를 포함한 대출금리가 이자율 상한선(연 환산 49%)을 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이자율 제한 규정을 위반하며 초과이자를 챙긴 것이다. 금융당국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도 모르다가 대부업법 시행 후 반년이 지나서야 관련 지침을 정비했다고 한다.
금융회사들이 고객을 ‘봉’으로 여기는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은행들은 예금금리는 재빨리 내리고 대출금리는 슬쩍 인상해 소비자들이 골탕을 먹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보험사들은 복잡한 약관을 무기로 같은 내용의 보험금 청구 사안이라도 시기마다, 회사마다 다르게 처리해 불만을 사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의 실손보험은 소비자가 2개 이상의 상품에 가입하더라도 보험금은 이중으로 지급하지 않는데 중복가입자가 211만명에 달한다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금감원장의 의지대로 새해에는 소비자 보호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독립기구를 설립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