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무턱대고 맞는 것 같아 가까운 친구 셋이 모여 점심을 했다.
가족 이야기를 시작해서 마냥 그렇듯 사회전반 이야기로 번지더니 자연스럽게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의 원자력공사 50조원을 수주(受注)한 것으로 화제가 옮겨갔다.
A : 정말 대단한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깜짝 놀란다. 전 세계 229개 국가중 영토 규모로 102등, 인구는 59등인 나라가 모든 분야에서 앞서갈 수가 있다니 우리 모두가 스스로가 긍지(矜持)를 가져야 한다.
B : 그러나 우리는 긍지는 커녕 공사(工事)가 끝나고 잔금(殘金)을 받은 다음 계산기를 두드려 봐야 하고, 또 밝혀지지 않은 비밀계약이 이면에 있느니 하면서 그럴 듯하게 포장을 해서 허황된 말을 하는 사람들을(그리고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리 이런 식으로 귀 기울이는 사람도 있고 보니...) 떠받드는 나쁜 폐습이 있다.
A : 이번 수주를 좋아만 할 수 없다는 기사를 읽었다. 원자력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것은 엄청난 문제로 야기시킨다는 모 일간지 사설을 보았을 때 물론 나름대로 근거는 있겠지만 왜 매사를 부정적 예단만 하는지... 심지어 잔치집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까지 동원하면서...
B : 더욱 모멸감을 느끼는 건 중동국가에 자이툰부대의 파병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받아들이는 것은 지나치다 못해 황당한 느낌이다.
A : 야당의 논평은 당국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면서도 “민주정부 시점부터 활발히 이뤄진 원전수출의 노력이 첫 결실을 맺은 걸 환영한다” 참으로 인색한 칭찬이다.
B : 새해부터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성숙한 비평이 있었으면 한다. 더구나 세계가 공인하는 계량화된 수치를 인정하고 그것을 긍지로 삼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편의상 ‘A’라고 칭한 사람은 1급 공무원 출신이며, 국가가 주는 상당히 품격 높은 훈장도 받았고 ‘B’란 친구는 대한민국의 알만한 큰 회사에 임원으로 두 사람 모두 아직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단한 나라와 긍지, 당연하다고 느껴야 할 관계에 있지만 끝부분엔 뭔가 미진해 토를 다는 순수한 긍지와 조건이 붙는 긍지를 발견한다. 그리고(And)와 그러나(But)는 같은 접속사지만 And는 양반스러움, But은 까탈스러움을 느낀다.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력 11위의 선진국이다. 우선 1위를 정리해 보면 세계 반도체 생산업 1위, 조선산업 1위, 철강제조사업 1위, 초고속통신망 보급 1위, 세계학교정보화지수 1위... 심지어 화재진압과 응급환자 구조력으로 가름되는 119서비스 분야도 세계최고 수준에 있다.
세계에서 2위를 살펴보자. 범죄검거율, 화폐제조기술. 3위는 자동차생산율, 그리고 외환보유액은 4위, 저축률은 8위, 세계 10대 채권국에 들고, 세계 10대 스포츠 강국, 세계시장 점유율 50% 이상이 270개, 얼마나 가당(可當)한가?
그러나 안타까운 건 세계 정치부채율이 89등... 이 대목은 신년초에 길게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세계 최고가 또 있다. 얼마전 친구가 보내준 이메일에서 ‘아리랑’이 세계 최고란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 선정대회’에서 유수한 작곡가 82%가 한국의 아리랑을 뽑았단다.
선정 심사위원 가운데 한국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심사위원들이 “아리랑은 한국이란 나라를 나에게 깨우쳐 주었다.”,“듣는 도중 수많은 감동이 밀려왔다” 등등 정말 기분 좋은 말만 했다.
중국의 벵키족(아무르강 상류에 기거하는 소수민족)의 어휘사전에 놀랍게도 아리랑, 쓰리랑이 실려 있단다.
아리랑은 영접(迎接)하다는 뜻이고, 쓰리랑은 잠에서 깨어 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흔히들 아리랑, 쓰리랑 했는데 이처럼 오묘하고 신비로운 뜻을 가지고 있다니!
올해는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행복에 대해 긍지를 삼고 더욱 발전하는 한 해가 되도록 내 스스로 조건부 긍지에서 순수한 긍지로 사고를 바꾸고 가급적 그러나(but) 대신에 그리고(and)를 사용해야겠구나! 독자 여러분 올 한해 아리랑! 쓰리랑!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