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 나뒹굴던 가랑잎 틈 사이로, 제비꽃 쑥부쟁이 낮게낮게 피어나와 가던 길 멈추고 서서 향내 맡아 보라하네./ 풀꽃들 앞세우고 휘적휘적 오르는 산, 소나무 그늘 아래 얼굴 붉힌 진달래꽃 저마다 색깔과 향기로 제 속내를 말하네./ 가을과 겨울 사이 겨울과 봄 사이에 내 이름 묻힐까 봐 조심스레 건너오다 오늘은 시원한 천년 약수로 설레이는 봄이네.” 시조시인 이현주 씨의 ‘제6회 경인시조문학’ 신인상 수상작 ‘춘산에 오르며’ 전문이다.
그는 평택 송탄 태생으로 고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문학에 나이는 비교 대상이 아니지만 살아온 세월 탓에 늦깎이 시인 소리는 비껴 갈 수 없게 됐다. 이현주 시인은 특이한 경력자다.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엉뚱하게 경찰관이 됐다. 경찰 재직 시절 민완 경찰관으로 인정받아 ‘민중의 지팡이’ 소리를 들었는데 군사 독재정권 때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돼 억울함을 당하기도 했다.
웬만한 사람 같았으면 내탓 네탓 가릴 것도 없이 세상을 등지고도 남았을 법한데 그는 어느날 사랑과 관용, 온화함과 포용, 순수와 애정 없이는 가당치도 않은 시인으로 변신했다.
그의 시에서는 당연히 끼어들 것 같은 증오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오직 자연과 인간을 자애의 눈으로 관조하고, 지난날의 어두운 그림자와는 담을 쌓고 있다.
“언제나 침묵으로 우뚝 선 산은, 늘 만날 수 있어서 좋다./ 내가 가면 반겨주고 감싸주며 안아준다./ 나는 산정을 알고 있다. 즐거운지 노했는지./(중략) 나는 말없는 산이 좋아 산이 되고 싶다./ 한 자리에서 온갖 생명들을 품어 준다./ 나날이 꿈을 끼우는 산, 산이 좋아 산이 되고 싶다.” ‘산이고 싶소이다’의 한 구절이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다.
그런데도 돌이킬 수 있다면 이현주 시인은 경찰관이 아니라 전공을 살려 언론인이 되었어야만 했다.
그랬었다면 대중의 귀와 입이 되고, 일찍이 아름다운 시를 만들어 고단한 민중의 벗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건필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