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와 민족마다 식품과 식습관은 다르다. 하지만 식문화라는 측면에서는 그게 그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지구상의 전체 인구 가운데 약 10% 정도가 제때에 끼니를 해결하지 못해 굶어 죽거나 죽을 위기에 처해 있다. 10명에 1명꼴이니까 예사로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주로 아프리카와 동남아의 최극빈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지구가족이란 견지에서 보면 인류 역사상 최대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북한도 그중 하나다. 특히 최근의 화폐개혁 이후 생필품 값이 폭등해 주민생활이 한층 어려워졌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반면에 일부 나라는 너무 많이, 너무 사치스럽게 먹어서 건강을 해치고 있다니 공평하지 않다. 미국 상원영양문제특별위원회가 5000쪽에 달하는 건강 관련 리포트를 낸 것이 1977년이었다. 이 리포트가 제시한 가장 큰 문제점은 “지금의 식생활로는 빨리 죽을 수밖에 없다”였다. 리포트는 그릇된 선진국의 식생활을 통렬히 비난하고, 투약과 수술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현대 의학을 비판했다. 30여년이 지난 오늘날 무엇이 얼마만큼 달라졌을까. 모르긴 해도 별로 달라진 것은 없고, 후진국의 기아만 늘어났다. 이 리포트는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해 생기는 질환을 식원병(食源病)으로 규정했었다. 잘못된 양생(養生)이 병의 근원이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훈자라는 작은 나라의 예를 소개한 바 있다. 이 나라는 현대 문명과 담을 쌓고 사는 고산 지방인데 암이나 당뇨, 고혈압 따위의 성인병이 아주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문명권의 인간과 전혀 다른 질박한 식생활 탓이라고 했다. 고기는 1년에 한 번 정도만 먹고, 미곡과 야채를 주로 먹는다는 것이다. 먹을 것이 없거나 모자라서 그런지, 먹을거리가 풍부한데도 먹지 않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결과로서는 그들의 식생활이 선진형이라고 할만하다. 요즘 최극빈국의 기아 돕기운동이 여러 형태로 펼쳐지고 있다. 1달러만 기부해도 아사 직전의 어린이들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기름진 식탁 앞에서 한 번쯤 고민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