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생판 모르는 번호가 핸드폰에 떴다. ‘누굴까?’ 그 번호가 누구인지를 몇 초 동안 곰곰이 생각했다.
하지만 떠오르는 인물이 없었다. ‘혹 스팸전화일까’ 스팸전화일거라며 받지 않기로 했었다. 하지만 이내 곧 나를 찾는 누구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받았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옛 목소리다. 예전 모 정당에 당직자로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오랜만이라며 반갑게 나의 이름을 불러줬다.
나도 오랜만이라며 반갑게 그의 목소리를 환대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은 자신이 이번에 어디 지역에 출마할지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오랜만에 전화한 그는 자신이 곧 출마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내 “알았다”며 “건승을 기원한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참으로 오랫동안 잊혀졌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그야말로 선거 때만 들려오던 목소리였다.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모르지만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문득 이런 전화가 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란 생각에 다른 기자들에게도 물어봤다.
그런데 다른 기자들도 잊혀졌던 사람들에게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이에 새삼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거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예비 후보들이나 그에 관계된 사람들이 기자들을 찾기 시작했다.
친분이 있건 없건 간에 일단 전화하고 본다. 그렇다고 기자를 찾는다고 해서 딱히 노골적으로 도와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잊혀졌던 목소리를 기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자신이 곧 예비후보임을 각인시키는 것이다. 이런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기자들은 “아,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구나”란 것을 느낀다.
올해 6월 지방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경쟁이 더 치열할수록 잊혀졌던 과거의 목소리는 분주하게 기자들에게 전화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선거의 계절에 나타나는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