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랑이띠’의 해인 2010년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로영일(一勞永逸)’을 신년 화두로 삼아 올 한 해 동안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고, 대부분의 경제연구 기관들은 5% 이상의 경제성장은 무난히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취업 시장은 여전히 찬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취업·인사포털 사이트인 인크루트가 주요기업 275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인사·채용 부문에서 제일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안 또는 가장 큰 화두가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기존 인력의 역량 향상’(35.6%)을 우선적으로 꼽았고, 이어 ‘우수한 국내인재 채용’(19.3%), ‘기존 인력이 이탈하지 않도록 유지’(17.1%), ‘채용방식 변경 또는 새로운 채용기법 도입’(11.6%), ‘핵심인재 구분 및 관리’(7.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의 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큰 폭의 신규채용이나 구조조정보다는 기존 인력의 능력을 끌어올림으로써 성과 창출과 경영효율화를 꾀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이렇듯 취업 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공식적인 실업자뿐만 아니라 취업준비생이나 구직을 포기한 사람들과 같이 ‘사실상 실업자’가 330만 명으로 실업률이 12.6%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81만 여명과 비교해 4배 이상 차이가 나는 수치이다. 이는 정부가 단순하게 경기가 나빠서 실업자가 늘었다고 생각하고, 근시안적인 실업대책을 세운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실업대책에 대해서는 수많은 논의가 있었고, 이러한 대책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다.
하지만 그동안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과연 확대 되었는가?’에 대하여는 의문이다. 법 위에 법보다 더한 떼법이 있어, 실제 노동시장에서 유연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환경에서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이미 일상화가 되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같은 일을 하면서 근로조건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개선하지 않고,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을 하면 기업의 신규 고용은 당연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정치적 상황을 기억해 보면 노동시장 유연화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기업 환경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일자리 창출을 더욱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창업에 필요한 자본이 증가하고 있고, 각종 규제로 인해 자영업을 영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자영업자나 무급 가족 종사자 등 비임금 근로자가 줄어들고 있고, 상대적으로 상용임금 근로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쏟아져 나오는 실업자들을 흡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하여 임금 근로자들의 고용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창업 활성화만으로는 실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적 어려움은 노동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청년층에게 모두 전가된다.
노동시장의 경직적인 상황에서 청년들의 선택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정규직으로 취업 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연구에 따르면 노동시장에 조기에 진입하더라도 평생 버는 소득은 증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청년 개개인은 어쩔 수 없이 취업가능성을 높히기 위하여 졸업을 늦추고 시간을 들여서라도 정규직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스펙을 위하여 노력한다.
그 결과 지난 한 해 100만명이 취업 준비를 위한 시간을 보냈다.
이제 정치권이 나서야 할 차례이다.
그들의 집단 이기주의적 투쟁의 열정으로 국민 한 사람이라도 더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고, 노동조합도 그들의 얄팍한 권력을 굳건히 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사측과 합심하여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여 경제 회생에 협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를 이끌어 낼 것이고, 일자리도 더 많이 생길 것이다. 2010년 경인년 새해에는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