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감탄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공중화장실이다. 남한의 가장 북쪽 임진각에서부터 남단 제주에 이르기까지 공중화장실의 시설과 청결도는 세계 제일이다. 따라서 한국은 세계 공중화장실의 메카가 되고 있다.
화장실문화 운동은 수원에서부터 시작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당시 수원시장이었던 고 심재덕 의원이 ‘아름다운 화장실 운동’을 펼치면서 비롯된 것이다. 수원 월드컵 경기장의 축구공 화장실과 광교산 입구에 건설한 반딧불이 화장실 등이 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과 칭송을 받게 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고인은 지난 1995년 무소속으로 초대 민선 수원시장에 당선된 이래 민선 2기까지 수원시정을 이끌었다. 또 2004년 17대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해 수원 광역화를 포함한 지방행정체계 개편 공론화에 힘쓴 인물이다. 특히 수원시장 재직 시절, 수원천 복개 공사 철회와 함께 수원천 복원운동을 시작으로, 화성행궁 복원사업, 수원화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2002 한·일월드컵대회 수원경기 유치, 아시아 최초 안전도시공인, 각종 문화사업 등 무수한 업적을 남겨 ‘영원한 수원시장’, ‘화장실 전도사’, ‘미스터 토일렛’이라고 불린다.
2007년 5월 전립선암 선고를 받고 투병을 하면서도 세계화장실협회 66개 국가의 대표들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에서 창립, 초대 회장까지 역임하며 화장실 문화 운동에 열정을 쏟았다.세계화장실협회는 한국에 본부를 둔 유일한 비정부 국제기구이다. 고인은 지난해 1월 14일 70번째 생일을 하루 앞두고 영면, 유언대로 자신이 수원시장 시절에 건립한 화장시설인 연화장에서 한줌의 재로 돌아갔다. 그리고 고인이 생전에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 자신의 집을 화장실 변기모양으로 지은 해우재는 고인의 유지에 따라 수원시에 기부채납 되어 화장실 문화전시관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고인의 거룩한 뜻도 본받아야 하지만 금전 만능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이 세상에서 막대한 유산을 포기하고 유지를 이행한 유족들의 결정도 존경스럽기 이를 데 없다.
오늘 오후 7시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심재덕 전 국회의원의 1주기 추념행사와 초청음악회’를 개최한다. 고인은 비록 이 세상에 살아 있지 않지만 그의 뜻은 세계화장실협회의 사업과 전국 곳곳의 아름다운 화장실, 세계문화유산 화성, 수원천, 화성행궁, 그리고 오는 6월 개관 예정인 해우재 화장실문화전시관과 함께 영원히 역사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