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1 (토)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사설] 가난한 자는 인격 무시당해도 되나

새해부터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법 개정안’은 지금까지 전문 의료인이 의학적 근거로 기초생활수급자 자격 여부를 심사하던 것을 시·군·구 복지관련 공무원이 누추한 외모, 더러운 옷, 집중력 부족 등 10개 항목의 심사를 통해 자격자를 선별하도록 바꿨다. 기초생활 수급자는 당장 살기 어려워 국가로부터 일정액의 생활비를 지급받는 불우이웃을 말한다. 정부는 가짜 기초수급자를 가려내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10개 항의 심사 기준은 사람 무시하기 알맞을 정도가 아니라, 가난한 자로 판정받아 기초생활비를 타먹으려면 더 더럽게, 더 바보스럽게, 죽는 휴능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예컨대 외모는 혐오감을 주고 옷이 철에 어울리지 않거나 더러워야하며 늘 같은 옷을 입어야 가난한 자가 된다. 또 정신 상태가 산만하고 안정감이 없으며 자포자기해야 정신 상태 불량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세상에 외모를 가꾸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며 더러운 옷 입기 좋아하고 정신 나간 사람 대접받기를 원하는 인간이 어느 하늘 아래 있겠는가. 가난은 현실이지만 죄는 아니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좌절의 감정도 있지만 희망의 욕망도 있다. 특히 어떤 경우에도 무시당할 수 없는 것은 인권이다. 당장 목구멍에 풀칠을 하지 않을 수 없어서 기초생활수급자 대접을 받고는 있지만 그들을 인격적으로 무시하거나 홀대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런데 개정안은 공무원의 눈에 들기 위해서는 되도록 추악한 옷차림으로 반편처럼 굴도록 부추길 소지가 너무 많다. 참여연대와 야당이 반기를 들고 나선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들의 주장 역시 가난한 자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가난한 자의 인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가 수억대의 부자가 가난한자로 위장해 기초생활비를 가로채는 철면피 행위를 막아 그 몫을 가난한 이웃에 더 많이 돌려주겠다는 의도인 것은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정책 입안이 잘못된 것으로 판단된다면 지체 없이 개정하는 것도 행정 선진화 내지는 국리민복을 실천하는 길이다.

우리 속담에 “동냥은 못할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고 했는데 이번 정부 처사는 가난한자를 돕는 측면보다는 가난한 자에게 더 가난의 비극을 안겨 줄 소지가 많다. 모양새는 다소 안좋게 되겠지만 전문의료인의 진단 방법 표준화를 강화하는 것만이 최선의 개선책이 될 것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