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 같으면 내린 눈이 금새 녹아 눈 기분을 내지 못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언제 눈이 소복히 쌓이나 하는 기대감 속에 눈에 얽힌 추억을 그리며 눈을 고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 초 하늘에서 쏟아 붓듯이 내린 눈은 사람들을 지치게 했을 뿐 아니라 사회기능을 마비시키기까지 했다. 4일 중부지방에 내린 눈이 1주일이 지난 13일까지 쌓여 있다.
도심 구간 도로 곳곳의 제설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시민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행정기관은 늦게나마 중장비를 동원해 쌓인 눈을 치우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곳곳에 수북히 쌓인 채 방치되고 있다. 동네 골목길 제설작업은 묘연하기만 하다. 동네 주민들의 힘으로는 꽁꽁 얼어붙은 눈덩어리를 치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 주말 공공기관은 비상근무령을 발령하고 전 공무원들을 동원해 도로변 인도와 상가 등지에서 제설작업을 벌였다. 세차장에서는 염화칼슘으로 범벅된 차량을 세차하려는 차량행렬이 이어지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100년 만의 자연재해라고는 하지만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 것은 기상청의 책임도 크다. 연일 헛방만 친 기상청의 오보도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 기상청이 그야말로 생뚱맞은 자료를 내놓았다. 기상청은 지난 4일 서울 등 중부지방에 내린 눈(평균 강설량 16㎝)의 경제적 가치가 8천25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12일 발표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4월 20~21일 곡우때 내린 단비가 가져온 경제적 가치(약 4천600억원)의 1.8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가뭄피해 경감 가치가 7천95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기 질 개선 효과가 255억원, 다목적 댐과 용수 댐의 저수율 증가 등 수자원 확보 가치 40억원, 중부지역 스키장 14곳의 인공눈 살포비 절감액 2억7억1천만원, 산불방지 효과 4천만원 등으로 집계했다.
기상청은 폭설로 출근 자체를 취소한 기업의 피해, 교통사고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 제설작업에 소요된 예산, 염화칼슘 소비와 그로 인한 차량 부식 피해 등에 대한 것은 산출하지 않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