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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욕심 비워야 건강 얻는다

욕심, 정신·육체 둘다 해쳐
근심 털고 순리대로 살아야

 

모든 의료행위의 궁극적인 목표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통해 건강한 몸과 마음의 지속상태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라 하겠다. 전통의학인 한의학은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후 서양의학에 밀려 답보상태를 유지하여 오다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과 병행한 현대의학에서 얻어지는 정보를 고전의서에 나오는 생리와 병리에 적용해 보며 그 과정과 결과를 검증하기 시작한 지가 이제 불과 50여년이라 하겠다.

하지만, 과학의 발달로 인한 첨단기기를 통한 해부, 생리, 병리, 약리 등의 발전은 짧은 시간 안에 현대의학을 이젠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향상시켰으며 한 단계 더 나아가 공상과학 소설과 만화에나 나오던 인공장기와 줄기세포 이식을 통한 복제의술까지 현실화하는 것을 놓고 갑론을박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인간의 생활 속에서 먼 미래에도 의학이 할 수 있는 것과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것은 있을 것이다. 너무 진행된 암의 치료나 예뻐지는 성형의술 등은 앞으로 더 완벽한 해결이 가능해질지 모른다. 하지만 의학이 인간의 마음도 그때그때 적절하게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을까?

얼마 전 한의신문에서 ‘한의사들이 행복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을 조사 후 발표한 대답 중에 운동, 여행, 기도 등보다 월등히 높은 것은 ‘욕심 버리기’였다. 이는 비단 한의사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며 잘 살아가기 위한 지혜가 될 것으로 생각되지만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인간의 과도한 욕심이 건강과 장수에 해롭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의학뿐 아니라 모든 종교에서도 수없이 말해 온 사실이다.

그러나 과도한 욕심이 어떻게 건강과 장수를 해치는지는 직관적으로 느끼고 주위에서 보고 들은 것일 뿐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신(마음)과 육체의 관계를 알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 하겠다.

현대의학은 정신과 육체를 각각 분리한 이원론적 구조로 인체를 설명하고 질병을 치료하고 연구해 왔는데, 이런 관점에서의 정신과 육체적 활동이 무관한 특정한 상태로 그 유기적인 관계를 인정할 수 없는 결과를 갖게 할 수 있다.

그러나 한의학적 관점에서는 “인체의 장기(臟器)는 제신(諸神)을 간직(藏)하였다”고 하여 정신과 육체는 장부(臟腑)를 중심으로 서로 유기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며 정신적 활동이 동종의 속성을 지닌 육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육체활동 또한 동종의 속성을 지닌 정신활동을 변화시킨다고 하였다. 따라서 욕심이라는 비 순리적인 정신활동은 오장(五臟) 속에 들어있는 생명의 속성을 해쳐서 정신 뿐 아니라 육체까지 손상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동양에서는 오장육부 속에 들어있는 생명력인 정(精), 기(氣), 신(神)을 잘 가다듬어서 생명력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육성하여 불로장생을 이루고자 노력하였는데 그것이 체계화된 것 중 하나가 양생법이라 할 수 있다. 양생에서는 올바른 수행을 통해 생사를 초월하여 영생할 수 있는 초인적 능력을 지닌 진인(眞人)의 경지에 도달함으로써 결국 무병장수를 이루고자 하였다.

양생법 중 감각기관의 활동을 멈추고 자신의 몸과 환경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한데 요즘 우리는 가만히 있고 싶어도 있을 수가 없는 실정이다. 수많은 소음과 빛, 정보에 노출되어 잠시도 감각기관이 쉴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종일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현란한 화면을 보며 지낸다면 과연 精, 氣, 神이 손상되지 않고 유지될까 걱정이다.

또한 해와 달이 뜨는 것에 몸과 마음을 맞추어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정기를 소모시키지 않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지키는 것이지만 바쁜 현대인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양생은 사실 우리 내면에서 얻는 것이기에 눈으로 보고 바로 확인되는 직접적인 지각의 대상이 아니라 뜬구름 잡는 막연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양생은 특별한 기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인 생활을 피하고 욕심을 줄이며 마음을 비우는 일을 실천하며 있는 그대로를 지켜서 순리대로 살아가는 생활을 일컫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탐욕과 근심을 줄이고 순리대로 살아가는 삶은 이처럼 인간을 건강하게 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또한 사람이니 경계하며 살 일이다.

밝아 온 새해를 맞아 오늘부터 과도한 빛과 소리, 지나친 정보, 자극적인 맛에서 벗어나려 노력해 보시는 것이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드는 양생의 시작이기에 직접 실천해 보시길 권한다.

김연두 (경기도한의사회 부인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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